잊을만하면 터지는 연예계 탈세소식… 해결책은?
조세 전문가 "납세 인식개선, 제도개선 동반돼야"
국민MC로 통하는 방송인 강호동은 지난 2011년, 종합소득세 관련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강호동은 공식 사과와 함께 돌연 은퇴를 선언한 뒤 자숙에 들어갔지만, 채 일 년이 못돼 복귀했다.
배우 김아중도 같은 시기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결과, 수억 원대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배우 송혜교가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뒤 거액의 추징금을 고지 받았다.
같은 기간 배우 장근석도 역외탈세 의혹을 받고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이후 수 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고지 받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19년 버닝썬 게이트 사건과 연루되어 고강도의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당시 양현석 대표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서울 서교동 클럽 '러브시그널'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경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뒤 202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고지 받고 이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유명 연예인의 탈세사건이 종종 터진다. 중국의 유명 스타인 판빙빙은 지난해 탈세 혐의를 인정받아 중국 세무국으로부터 도합 8억8000만 위안, 우리 돈 1509억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업계에 따르면, 연예계 종사자는 소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제조업 등과 달리 공제받을 부분이 많지 않아 탈세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편이다. 또 일반 근로자와 달리 사업소득자로 취급받기 때문에 직접 관련이 없는 비용에 대해서는 경비처리를 인정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들도 무명일 때는 생계로 힘들어 세금납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유명인이 된 다음에는 수입금액이 큰 폭으로 늘면서 자금관리의 어려움을 겪고 되레 세금내기가 막막해져 탈세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연예기획사의 경우, 탈세 유형은 ▲해외현지법인 등 국외거래를 통한 탈세 ▲자본거래를 통한 탈세 ▲수입금액을 고의로 누락시키거나 비용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 등 크게 세 가지인 것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서 나타났다.
가령, 수입금액(매출액)의 가공경비를 부풀리는 방법, 공연 출연료 등을 신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소득을 적게 신고하는 방식이 동원된다.
프로스포츠 선수의 경우 연봉계약과 훈련코치 등을 실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가 있음에도 가족명의로 매니지먼트 법인을 별로도 설립해 매니저비용, 지급수수료 등을 가공 계상하는 방식으로 소득세를 탈루하기도 한다.
'한류(韓流)'의 영향으로 연예인과 연예기획사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역외탈세'를 통한 탈세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액을 국내로 송금할 때 개인 간 외환거래로 신고해 세금을 내지 않는 이전거래나 해외 공연과 관련한 경비를 높게 잡아 수입액이 없는 것처럼 거짓 신고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배우 장근석의 어머니 전 모 씨는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역외탈세를 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 30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연예인들의 납세업무를 조력하는 세무사에 따르면, 상당수 연예인들은 장부기장 후 거래증빙을 활용한 세금신고보다 세법에서 정하는 일정 경비율을 적용해 세금을 납부하는 관행을 따르고 있다.
수입과 지출을 복식부기로 기록하는 장부를 갖추는 실익이 없는 영세사업자들은 국세청이 업종에 따라 정한 '기준경비율'을 적용해 세금을 낼 수 있는데, 독립적인 사업자나 다름없는 상당수 연예인들이 영세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경비율제도는 장부를 기록하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증빙서류가 없는 기타비용에 대해 일정 비율만큼 비용을 차감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소득이 얼마되지 않는 연예인의 경우, 기준경비율제도를 통해 세금신고를 해도 별 문제가 없지만 슈퍼스타급에 오르면 기준경비율 적용이 곤란해 진다. 수입이 커지는 만큼 인기관리를 위한 씀씀이도 커져 국세청이 정해 준 기준경비율을 초과하는 경비가 지출되기 때문이다.
김선명 더택스 세무회계 대표세무사는 "과거부터 다수의 연예인 탈세사건이 발생하면서 연예인들의 납세인식도 달라진 측면이 있지만, 아직까지 탈세가 근절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과세당국에서도 과거 탈세수법과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신고 내역을 검증하기 때문에 탈세하려는 생각은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연예인도 일반 국민과 같은 납세자로서 납세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예인의 경우 비용인정 부분이 애매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세무대리인을 통해 검토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 세무사는 그러면서 "과세당국도 연예인들의 비용인정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다보면 탈세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연예계 탈세근절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성실신고를 유도하고 연예인들의 성숙한 납세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