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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화의 무역이야기]

중국-대만 ECFA가 남-북-미 FTA에 주는 교훈

조세일보 | 홍재화 필맥스 대표 2021.04.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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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FTA를 검토할 만한 사례로 비교할 만한 것은 중국-대만 ECFA (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양안 경제합작 구조협의)가 유일하다. 현재 세계에서 분단 국가는 남북한과 중국-대만 뿐이다. 남북 베트남, 남북 예멘, 그리고 동서독일이 있었지만, 이들 국가들은 통일 전에 경제적 협력을 제대로 한 경우는 독일 뿐이다. 그 것도 자유 민주국가인 독일에서 공산 독재 체제의 동독을 일방적으로 지원한 사례이다.

중국과 대만은 2010년 6월 29일 열린 제5차 양안회담에서 중·대만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체결하였다. ECFA는 대만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중국 시장 진출 확대를 꾀하는 대만의 전략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유화 품목은 농산품(18개), 기계(107개), 석유화학 (88개), 자동차부품(50개), 방직(136개), 전자, 경공업, 금속, 의료계측기 및 의료제품 등이며 기계 관련 품목이 금액 및 항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만의 자유화 품목은 석유화학(42개), 기계(69개), 방직(22개) 및 기타 제품 등이 포함되었다.

ECFA 협정문은 서언과 5개 장, 16개조, 5개 부속서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총칙에 이어 2장에서는 무역 및 투자 자유화, 3장에서 는 경제협력 등 향후 확대 FTA 협상에서 다루게 될 기본 의제를 명시하였으며, 4장 및 부속서에서는 EHP 관련 내용이다. EHP(Early Harvest Program, 조기수확 프로그램)는 ECFA의 가시적인 효과를 조기에 실현하기 위해 주요 공산품 및 서비스 분야에 대한 실행을 앞당기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조기 자유화 품목으로 상품 EHP 리스트에는 중국 539개, 대만 267개의 품목이 포함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ECFA가 실행을 위한 협정이라기 보다는 중국-대만 간의 FTA를 체결하기 위한 예비 협정이기 때문이다. 협정을 위한 협정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를 드러내기 위한 일종의 임시 방편적 조치이다. ECFA의 또 근본적인 약점은 애초부터 정치적인 관점에서 시작했고, 대만이나 중국이나 ECFA가 향후 FTA로 발전 시킬 의도가 있었는 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록 개방의 정도가 낮았다. 

2009년 12월 제4차 양안회담에서 ECFA의 협상을 시행하는 데 합의한 후 6개월 만에 체결하여 이례적으로 짧은 협상으로 기본협정을 마무리했다. 2010년 1월, 3월, 6월에 3차에 걸친 실무협상을 마친 후, 6월 29일 제5차 양안회담에서 ECFA 협정문에 전격 서명한 것이다. 한-미 FTA가 무려 7-8여년의 시간이 걸린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미-중 회담, 대만-중 회담, RCEP 등 중국이 참석한 회담이나 조약은 쉽게 쉽게 타결되고, 서명된다. 그런데 어느 하나 제대로 실행되는 게 없다. 중국인에게 계약은 흥정의 시작일 뿐이라 굳이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인과의 협상은 쉽지만, 실행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한다. 결국 중국식 협상이 ECFA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대만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일반적인 FTA와 달리 ECFA를 실제적인 경제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의 2015년 2월 보고에 의하면 글로벌 경기 불황, 중국의 성장둔화 등으로 대만의 경제성장률과 對中 무역규모 모두 악영향을 받아 ECFA와 조기개방 프로그램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실제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010년 이후 하락세를 계속 보이고 전체 교역, 對中 무역 역시 큰 증가세 없이 개방 첫해 수준을 유지했다. 전반적으로 보아서 EHP 분야를 제외하면 ECFA가 대만 경제에 가져온 긍정적 효과는 불분명하다. 반면 ECFA 체결 이후 대만의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대중국 경제종속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ECFA는 사실상 중국의 대 대만 통일전선전술의 한 방편으로 시행된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은 대만에 대하여 ECFA의 파기를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2019년 대만의 대선 및 총선에서 ECFA의 파기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ECFA 종결'을 이용하여 對대만 압박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남-북-미 FTA에 주는 ECFA의 시사점은 간단하다. 진심으로 하자는 것이다. ECFA의 협상 기간이 6개월 단 3차례에 불과했던 점은 경제적 관점보다는 정치적 보여주기 식 쑈에 불과했다. 또한 ECFA과정에서 중국은 대만의 총선 및 대선에 노골적으로 친중파 정당인 '국민당'의 당선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내정 간섭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대만 독립파인 '민진당'의 선거 승리를 가져왔고, 이후 ECFA 서비스/투자협정은 멈췄다. 향후 남-북-미 FTA 협상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북한을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 상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ECFA에서 유추해야 한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홍재화 필맥스 대표

[약력] 중앙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 KOTRA 파나마무역관, 홍보부 근무
[저서] 무역&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수출 더 이상 어렵지 않아요, 어제를 바꿀 순 없어도 내일은 바꿀 순 있다, 해외무역 첫 걸음 당신도 수출 쉽게 할 수 있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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