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정도진 중앙대 교수 "감독조직의 획기적 변화 없이 개혁은 실현되기 어렵고 더 이상 미뤄서도 안 돼"
김종현 한양대 교수 "감독당국이 IFRS에 걸맞는 감독 전문성 발휘해야"
박성환 한밭대 교수 "감독기관이 규칙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조세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2주제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상우 조세일보 재무교육원 원장, 발제를 맡은 정도진 중앙대 교수, 토론자로 참여한 김종현 한양대 교수, 박성환 한밭대 교수.
지난 2011년 도입된 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감독기관'의 변화와 노력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조세일보는 7일 오후 3시 조세정책학회·한국세무학회·조세법학회 공동주최로 더 리버사이드 호텔 7층 콘서트홀에서 '조세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제2주제인 'IFRS 도입 10년 진단 문제점과 개선방향' 발제를 맡은 정도진 중앙대학교 교수는 기업, 재무정보이용자, 감사인, 감독기관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IFRS 도입 성과가 기대항목(16개) 전체에 대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런 원인에 대해 "IFRS 도입 이후에도 기업과 정보이용자의 행태가 전혀 변화하지 않았으며, 감독기구의 전문성도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IFRS 도입 후 기업과 정보이용자의 행태변화를 유도하지 못했고 IFRS에 맞는 감독 전문성으로 전환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산업의 특성을 지지하는 감독지침을 적극적으로 발간하며, 면책 등 사전 질의를 유도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사후 오류 발견 시 처벌보다 적시에 자발적으로 수정하되, 이를 공시하는 제도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감독조직의 획기적 변화 없이 개혁은 실현되기 어렵고 더 이상 미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처럼 국가 전체를 책임질 통합기구가 필요하며 가칭 'National Accountability Council'을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재무회계기준, 감사기준뿐만 아니라 기재부가 담당하고 있는 국가(지방) 및 공공부문회계기준 및 비영리회계기준까지 다룸으로써 우리나라 국가 전체의 보고책임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감독당국 구조적 변화 반드시 필요"
◆…토론자로 나선 김종현 한양대 교수
이어진 토론에서 김종현 한양대학교 교수는 감독당국이 IFRS에 걸맞는 감독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감독기관에 대해 " 회계처리 이슈가 발생했을 때 제재자로서의 역할이 아닌 선제적인 예방적 감독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당국은 IFRS 도입 이후 예방적 감독체계를 여러 차례 선언했으나 이를 수행할 조직 내 윗단에서의 실질적인 거버넌스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즉, 영국이나 독일 등 해외 사례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회계 관련 업무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소비자국 산하 공정시장과, 그리고 회계감독팀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로 인해 회계이슈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은 금융위원회에서 수행하지만 심리 대부분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하는데, 증권선물위원회에는 회계전문가가 단 1명뿐이다. 따라서 IFRS 도입 성과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의 구조적인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현행 감독당국의 거버넌스 개혁이 어렵다면 정도진 교수께서 주장하는 가칭 'National Accountability Council'설립을 통해 IFRS가 바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형식적으로만 IFRS를 도입하는데 그치지 말고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인 판단 하에서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회계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면서 "다양한 유인책을 통해 기업 내부 회계인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그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도 투입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 "감독기관이 규칙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박성환 한밭대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환 한밭대학교 교수 역시 감독기관이 규칙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원칙중심 회계를 인정하고 감독할 인력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발표자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기업이나 감사인이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는 회계적 선택을 고민하지 않고 감독기관의 제재 가능성을 낮추는 회계선택만을 찾으려 하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후적 결과를 통해 기업의 회계적 선택의 시비를 예단하는 확신이나 편향에서 벗어나 기업의 회계선택 과정에서 이용가능한 모든 정보를 고려해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고자 한 근거가 있었는지를 보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박 교수는 감사인의 대응에 대해 "과거 규칙중심 회계에서는 규칙과의 기업 회계처리의 일치여부의 체크가 주요한 과업이었다"며 "반면, 원칙중심의 회계에서는 기업의 회계처리 선택이 경제적 실질을 잘 반영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당한 감사절차를 이행하고 이에 대한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에는 이러한 임무에 충분한 인력과 자원의 투입이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며 "회계기준의 이해, 충분한 감사시간 투입, 품질관리, 전임감사인과의 소통이 강화되어야 한다. 신외감법 도입에 따른 감사품질 제고는 중요한 시험대에 놓여 있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 박 교수는 "유형자산의 감가상각방법이나 내용연수 추정이 경제적 실질을 반영하도록 이루어지고 있는지, 유형자산의 내용연수를 법인세법상 내용연수가 아닌 경제적 내용연수의 추정치를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세무비용을 고려해 여전히 세무상 내용연수를 사용하고 상각완료된 자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IFRS 도입 초기에 영업이익의 구분표시에 관해 증권분석가가 불편함을 표출한 것은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며 "증권분석가는 이러한 불편함으로 호소하기보다 지속성이 낮은 항목을 편입해 영업이익을 조정하는 기업을 찾아내고 비교가능한 영업이익 수치를 계산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대학에서 원칙중심의 회계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점검하고, 회계사 시험 제도도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