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70여년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곁을 지켰던 남편 필립공(Prince Philip, Duke of Edinburgh)이 99세로 타계했다. 세계 정상급 인사들은 필립공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애도의 메시지를 보내며 추모했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9일(현지시각) "필립공이 윈저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왕실은 전 세계 사람들과 함께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필립공의 별세 소식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의 공동명의로 낸 성명에서 "제2차 세계대전 복무부터 여왕과 함께 73년, 대중 시선 속에서 보낸 생애를 통틀어 영국, 영연방,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면서 "수십년간 공직에서 봉사한 영향은 그가 고양시킨 대의, 환경적인 노력, 지원한 군인들, 영감을 준 젊은이들 등에서 드러난다"고 애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필립공은 진정한 동반자 관계가 야망과 사심 없이 함께할 여지가 있음을 증명했다"고 전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SNS를 활용해 "젊음과 환경에 대한 의무감, 헌신으로 정의되는 모범적인 삶을 살았던 필립공의 죽음에 엘리자베스 여왕, 왕족, 영국 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애도 성명을 냈다.
1921년 그리스 코르푸섬에서 태어난 필립공은 그리스와 덴마크계 왕족 출신이었으나 그리스 쿠데타 여파로 가족이 흩어지고 프랑스, 독일, 영국 등에서 망명하는 다소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이후 다트머스 영국왕립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한 그는 1939년 생도 시절 해사 시찰을 나온 당시 14세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안내를 맡으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2차대전에서 영국 해군으로 복무하는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연정을 키운 끝에 1947년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그의 누나들이 독일인과 결혼해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비판에 부딪치기도 했으나 자신의 왕실 직위·권리를 모두 포기하고 영국인으로 귀화해 성을 영국식인 마운트배튼으로 바꿨으며 종교도 그리스 정교에서 영국 성공회로 개종했다.
1951년 해군을 떠난 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하면서 부군이 된 뒤 대중에 특별히 나서지 않은 채 왕실 공식 업무에 집중하면서 여왕 곁에서 철저히 외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7년 결혼 50주년 기념 금혼식에서 필립공은 "내가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마지막도 결코 여왕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여왕은 "언제나 곁에서 힘이 돼줬다"면서 "나와 그의 가족, 이 나라와 여러 국가가 그에게 큰 빚을 졌다"고 존경을 표했다. 이후 필립공은 2017년 공직에서 은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