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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환경개선캠페인] 조세불복분야

① 기울어진 운동장 … 악화 시키는 조세불복 시스템

조세일보 | 홍준표 기자 2021.04.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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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 '인력 부족 이유' 심판청구 결정 지연 일쑤

'합동회의' 국고주의적 과세 유지수단으로 악용되기도

재심 회부 심리 기간 장기화…신속한 권리구제 침해

최초 심판청구 인용 결정…재심 회부 사례 많아

재심 회부 횟수 제한 없는 점도 문제…운영 개선 필요

조세불복제도에는 ▲세입징수관인 세무서장에 제기하는 이의신청, 세입징수관의 상급기관인 국세청에 제기하는 심사청구 ▲국세청의 상급기관인 조세심판원에 제기하는 심판청구 ▲행정법원에 제기하는 행정소송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는 위헌소송 등이 있다.

이중 심사청구와 심판청구는 '행정심판 전치주의'에 의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이다. 심사청구나 심판청구를 거치지 않고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법원의 1심 판결 같은 효력을 가진다. 요식행위가 아닌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조세불복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납세환경이 납세자와 과세당국간 힘의 균형이 허물어진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기 때문인데, 조세불복제도는 기울어진 힘의 역학관계를 일부 보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납세환경이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는 점은 납세자와 국가의 권한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납세자에겐 아무런 권한이 없다. 납세자에겐 권한이라는 것이 없고 '세금을 성실히 납부할 의무'만 있다. 설령,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한 생각이 드는 세금이라도 세법에 정해져 있으면 무조건 세금을 내야 한다. 세법을 만들 때 세금을 부담할 납세자 개개인에게 일일이 동의를 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개별 납세자 입장에서는 더욱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억울해도 납세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오직, 성실하게 세금을 낼 의무만 있을뿐이다.

반면, 국가에는 납세자가 신고한 세금신고내역을 부정하고 경정할 수 있는 권한, 직권으로 세무조사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 직권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 강제로 세금을 국고에 넣을 수 있는 권한 등이 있다. 납세자에겐 세법을 해석할 권한이 없지만 국가는 세법을 해석할 권한도 갖는다.

이같은 불공정한 상황에서 국가가 발부한 납세고지서에 동의할 수 없을 경우, 납세자가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조세불복제도이다.  

그런데, 부당한 납세처분을 받은 납세자를 구제하는 시스템인 조세불복시스템에서 조차 불공정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조세불복시스템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면 대략 이렇다.

첫째, '신속한' 납세자권리구제를 위해 탄생한 조세심판원이 심판관 인력부족을 이유로 심판청구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둘째, 세법해석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심판관합동회의'가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국고주의적(國庫主義的) 과세를 유지하고, 소송으로 가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셋째, 조세심판원이 납세자 주장을 받아들인 인용률이 30% 정도 되는데 심판원이 납세자 입장에서 충분히 역할을 해 주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특히, 심판원에서는 납세자가 졌지만 법원에서 납세자 편을 들어 주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심판원이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심판원에서 구제 됐어야 할 사건이 법원으로 간 사건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넷째, 법원에 제출된 조세소송사건 중 재판관의 전문성 부족으로 부당한 처분을 받은 납세자를 제대로 구제해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헌법재판소에 조세위헌소송을 담당할 전문성을 가진 재판관이 없다.

조세불복시스템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총 5회에 걸쳐 진단해 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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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 심판관회의에서 '인용(과세 취소)' 결정이 내려지면 주로 재심에 부쳐지는 사례가 많아 납세자의 권리구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 조세심판원은 어떤 기관인가?

① 설립근거

1975년 4월 1일 국세기본법 제67조에 의해 국세청의 심사청구제도와 별도로 국세청의 상급기관에 국세심판소가 설립됐다.  

② 설립목적

간편하고 신속한 납세자권리구제

③ 역사

2000년 1월 국세심판소에서 국세심판원으로 명칭 변경

2008년 2월 국세심판원에 지방세법위원회를 통폐합하여 조세심판원으로 명칭 변경

2012년 12월 세종시로 이전

④ 조직 및 인력현황

심판원장을 비롯해 심판부 8개(내국세 5개, 소액·관세 1개, 지방세 2개)와 조사관실(17인) 및 행정실(행정팀·조정팀·기획팀)으로 구성돼 있다.

국세심판에 관한 회의는 상임심판관 2인과 비상임심판관 2인으로 구성되는 심판관회의와 원장·상임심판관·비상임심판관 전원이 참석하는 심판관합동회의가 있다.

합동회의는 종전의 심판결정례를 변경하거나 심판관회의 간 결정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거나 조세행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건 등을 심리·결정한다. 원장과 상임심판관 전원(8명) 및 원장이 지정하는 비상임심판관(상임심판관과 동수 이상)이 참여한다.

심판원을 대표하는 원장은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고 심판관회의 심리결과를 조정해 심판관합동회의를 주재한다.

상임심판관은 국장급 공무원으로 총 8명이 있고, 심판관회의에 주심이나 배석심판관으로 참여한다.

비상임심판관은 교수·변호사 등 조세분야 민간전문가들 총 35명으로 구성되고, 심판관회의에 상임심판관과 같은 숫자 이상이 들어가 심판청구를 결정한다.

조사관실의 경우 심판관회의가 열리기 전, 심판청구 사건에 대한 사실 및 법률관계를 파악해 기초자료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회의에 상정하는 역할을 한다.

⑤ 기관 운용의 특징

▲ [행정심판전치주의 (行政審判前置主義)]
행정심판전치주의란 행정심판·심사의 청구·이의신청 기타 행정기관에 대한 불복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재결을 거친 후가 아니면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이다.

조세의 경우에는 납세자가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세무서장 또는 국세청장에게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를 제기하여 그 결정에 불복하면, 국세심판소장에게 심판청구를 제기한 뒤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2000년 1월 1일 국세심판원으로 개칭되면서 종래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를 거친 뒤에 심판청구를하도록 규정하였던 것을 심판청구나 심사청구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여 판단을 받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간소화 됐다. 지난 2008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재정경제부 소속 국세심판원에서 국무총리 소속 조세심판원으로 이름이 변경돼 현재의 조세심판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 사법절차의 준용

근거 : 대한민국헌법 제107조 ③항 : '재판의 전심절차로 행정심판을 할 수 있다. 행정심판의 절차는 법률로 정하되, 사법절차가 준용되어야 한다'

국세기본법 제77조(사실 판단) : 조세심판관은 심판청구에 관한 조사 및 심리의 결과와 과세의 형평을 고려하여 자유심증(自由心證)으로 사실을 판단한다.

⑥ 처리 기한

최초의 불복청구(이의신청 또는 심사청구)는 그 처분의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하며, 이를 접수한 기관이 세무서일 경우는 30일, 국세청일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결정하여야 하는데, 이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국세심판소에 청구하도록 되어 있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심사청구에 관한 규정의 준용) 심판청구에 관하여는 제61조제3항ㆍ제4항, 제63조, 제65조(제1항제1호가목 중 심사청구와 심판청구를 같은 날 제기한 경우는 제외한다) 및 제65조의2를 준용한다. 이 경우 제63조제1항 중 “20일 이내의 기간”은 “상당한 기간”으로 본다.

■ 조세심판원의 문제점

조세심판원이 재심(심리재개)을 남발해 심리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납세자의 신속한 권리 구제가 침해받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재심 사유가 법령에 규정돼 있지만 조세심판원장이 심판관회의 결과를 뒤집고 재심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부당하거나 억울한 세금을 고지받은 납세자가 신속하게 권리 구제를 받기 위해 만들어진 행정심판기관으로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조세심판은 '필요적 행정심판전치주의'에 따라 소송으로 가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제도인 만큼 준사법기관으로서 기능적 독립성이 강조돼야 한다는게 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지나친 재심 회부가 납세자의 신속한 권리 구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판관회의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졌을 때 재심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재심에서 당초 결정을 뒤집고 '기각' 결정이 나면 납세자가 그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심판원의 재심은 유사한 권리구제수단 중 하나인 국세심사와 달리 법률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횟수 제한이 없어 여러 차례에 걸쳐 재심이 진행되는 사례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세심사의 경우 국세청장은 국세심사위원회 의결이 법령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구체적인 사유를 적어 서면으로 '한 차례'에 한정해 다시 심의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 64조)

■ '인용'되면 재심…수차례 재심으로 납세자는 '당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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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여러분들의 부당한 세금을 조세심판원이 찾아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잦은 재심으로 심리 기간이 길어지고 기각되는 건수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조세심판원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재심에서 기존의 결정이 뒤바뀐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기업은 고액의 법인세를 부과받은 뒤 심판청구를 제기해 심판관회의에서 인용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심판원이 이 사건을 재심에 부쳤고 상임심판관이 변경된 후 열린 심판관회의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B씨 역시 고액의 세금을 부과받아 심판청구를 냈고 3~4차례의 심판관회의를 거쳤지만, 심판원 행정실의 심리를 거친 결과 재심으로 넘어가게 됐다. B씨는 심판관회의의 전반적인 진행 상항을 듣고 최초 인용 결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B씨 사건은 이후 재심 회의에서도 인용으로 결정됐지만 3~4회에 걸쳐 계속 재심이 진행됐고, 그 결과 인용이 아닌 재조사 결정 통지를 받았다. 이에 국세청의 재조사가 이뤄진 후 법원의 소송까지 이어졌고 B씨는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취소 결정을 받았다. 무려 3~4년의 긴 시간을 기다려 최종 취소를 받아낸 것이다.

결국 국가는 B씨에게 소송 비용과 환급가산금까지 환급해 주게 됐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심판청구와 소송을 진행한 B씨는 심판원의 결정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인용 결정이 내려진 사건이 재심에 이어 심판원 합동회의까지 부쳐졌지만 최종적으로 기각 결정이 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C기업은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심판청구를 내 심판관 회의에서 인용 결정을 받았지만, 이후 계속해 재심을 받게 됐다.

C기업은 재심 회의에서도 인용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 들었지만, 심판원장의 결정으로 합동회의에 부의됐고, 합동회의마저 기각 결정을 내리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합동회의는 법원의 전원합의체와 유사한 성격으로 중요 사건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마지막 절차인데, 최초 심판관 회의 결정이 재심과 합동회의에서 모두 뒤집힌 셈이다.

나아가 심판원이 특정 사안에 대해 계속해서 기각 결정을 내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여세 포괄주의'와 관련한 사안의 경우 법원에서 과세 취소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심판원이 대부분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심판관회의에서 인용된 사건이 재심에서 기각으로 뒤바뀌는 사례가 나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서울의 한 대형 세무법인의 A 세무사는 "심판관회의에서 기각으로 결정된 사안은 그대로 기각 결정이 내려지는 반면 인용 결정된 사안은 왜 재심에 회부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심판원장이 회의 결정 재검토…'자유심증주의' 침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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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장이 심판관회의 결정을 뒤집고 심판청구를 재심에 부치는 것은 심판관의 '자유심증주의' 판단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조세일보 DB)

심판원의 재심은 국세기본법 시행령과 조세심판원 운영규정에 따라 이뤄진다. 심판원장은 '국무조정실과 그 소속기관 직제' 규정에 따라 행정실장에게 조정검토를 지시할 수 있다. (조세심판원 운영규정 23조)

구체적으로 심판원장은 조세심판관회의의 심리내용에 '중요 사실관계의 누락', '명백한 법령해석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통보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구체적인 사유를 서면으로 주심 조세심판관에게 다시 심리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62조의2)

즉, 심판원의 재심은 심판원장이 행정실에 심판관회의 결정에 대해 조정검토를 지시하면 주무관 2~3명이 조정검토를 해 조정팀장(사무관)에게 보고하고, 행정실장(부이사관·서기관)이 이를 최종적으로 검토한 뒤 심판원장에게 보고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러나 업계는 심판원장이 행정실 직원들의 심의를 바탕으로 재심을 남발할 경우 심판 결정의 독립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기본법 77조에 따르면 조세심판관은 심판청구에 관한 조사 및 심리의 결과와 과세의 형평을 고려해 '자유심증(自由心證)'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재심이 심판관의 '자유심증주의' 결정에 반한다는 것이다.

A 세무사는 "조세심판원은 준사법기관이기 때문에 심판관의 자유심증주의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데, 재심을 하면 '자유심증주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재심 제도를 비판했다.

그는 "행정심판이나 전심 절차는 사실 납세자를 위해 있는 절차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기각된 사건은 재심에 부치지 않고, 인용된 사건을 재심에 올려 다시 판단하게 되면 납세자가 공정하게 심리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표했다.

무엇보다 조세 전문가들로 이뤄진 심판관 회의에서 국세기본법 시행령이 정한 재심 사유가 많이 나올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한 로펌의 B 변호사는 "심판관 회의에서 명백히 법령 해석의 오류를 범하면 통과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심판관 회의에서 명백히 법령을 위반한 결정을 많이 내릴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판원의 신중한 심리는 필요하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이 있는 비상임심판관들이 참여해 청구 사건에 대해 충분히 심리를 거쳐 심판관회의에 올리기 전까지 몇 달 동안 납세자와 처분청의 의견을 듣고 검토까지 마쳐 결정한 것을 심판원장의 판단으로 되돌린다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모법 위임' 없이 규정된 재심 조항…개정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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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의 재심 규정이 개정돼 지난해 2월 11일 이후부터 시행됐다. (자료=2020년 개정세법해설)

재심 규정이 모법의 위임 없이 시행령에 규정돼 있는 부분도 재심 제도의 오류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시행령은 법에서 위임한 사항과 그 법을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관해서만 규정할 수 있고,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하지만 심판원의 재심에 대한 부분은 모법인 국세기본법의 위임 없이 시행령 62조의2 5항에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은 조세심판 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2019년 2월 개정돼 지난해 2월 11일 이후 시행됐다.

심판원 관계자도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심 관련한 부분은 국세기본법에 없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당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재심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개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재심과 관련해 기존 조항에는 '심판관회의 의결이 중요 사실관계 누락, 명백한 법령해석 오류 등'으로 규정돼 있었지만, 개정 조항에서는 중요 사실관계 누락과 명백한 법령해석 오류로 한정하고 '등'을 삭제했다. 또 심판원장이 재심리 요청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서면으로 요청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그러나 국세심사 재심의는 국세기본법에 명시돼 있는 반면 심판청구 재심에 대한 규정은 본법에 없어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B 변호사는 "국세기본법 62조의2는 '조세심판관합동회의' 내용으로 이뤄져 있는데, 5항에 불쑥 재심 규정이 들어가 있는 것이 의아하다"며 "이 조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로 이뤄진 심판관회의에서 충분한 검토 끝에 내린 결정을 부속실 직원이 재검토해 원장에게 보고하는 제도가 맞는지 의문"이라며 "모법의 위임 없이 규정된 시행령을 근거로 한 원장의 재심 요청이 법률을 넘어서는 권한으로 위법 논란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상임심판관을 맡고 있는 C 교수도 "재심 규정이 모법 위임을 받지 않고 시행령에 들어와 있는 점은 큰 문제"라면서 "시행령이 아니라 국세기본법으로 관련 조항을 옮기는 등 개정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판원의 재심이 국세심사와 달리 횟수 제한이 없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A 세무사는 "국세심사는 '한 차례'에 한정해 다시 심의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며 "그러나 심판원 재심은 국세기본법 시행령에 재심 사유만 열거하고 있을 뿐 횟수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심판원장이 몇 번이든 재심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최근 6년간 재심 비율 감소…심판부 판단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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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들어 꾸준히 재심 건수가 줄어들고 있어 심판부 판단을 존중하라는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19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재심 비율은 5.4%(473건)로 최근 6년 사이 가장 높았다가 2015년 4.8%(390건), 2016년 3.3%(221건), 2017년 3.1%(209건), 2018년 2.8%(211건)로 갈수록 낮아졌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전체 처리 사건 8653건 중 116건(1.3%)만 재심에 부쳐져 재심 비율이 대폭 줄어들었다. 2020년 이후 재심 사건 처리 현황은 통계 작성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C 교수는 "재심은 심판관회의 결정이 기존 심판결정례와 배치되거나 법리상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우 이뤄지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만 놓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지난 2018년부터 심판원이 개별 심판부의 판단을 존중해 가급적 심판관회의 결정을 존중해 재심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 교수는 심판관 재심이 여러 번 반복되는 현재의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재심을 한 차례 정도 여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재심에서도 인용이 됐는데 2~3번 재심을 거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두 차례나 개별 심판부가 인용으로 판단했다면 심판원장이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판원 관계자는 "그동안 심판관회의에서 인용 결정이 내려졌던 사건에 대해 재심이 많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심판관회의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반영돼 최근 들어 재심 비율이 대폭 축소됐다. 재심 사유 또한 지난 2019년 2월 개정돼 명확해진 만큼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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