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51명, 우랄시에서 87명 체포
나발니 사태는 러시아와 서방 갈등 부를 인화점
◆…모스크바에 모인 시위자들 <사진 로이터>
◆…상트페테르부르크 나발니 지지 집회에서 행진하는 시위대 <사진 로이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집회에서 시위대가 러시아 국기를 들고 있다. <사진 로이터>
감옥에서 단식투쟁 중인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자들이 러시아 수십 개 도시에서 모여 대규모 집회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시위자 1천 명을 체포했다고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시위와 구금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 단체인 OVD-Info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51명, 우랄시 우파에서 87명을 포함해 러시아 전역에서 총 1004명이 체포되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극동 지역 도시들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중심가에서는 "나발니의 자유" "의사를 들여보내라"라고 외치는 항의 시위가 전개됐다.
수십 대의 경찰 승합차가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모스크바 중심가에 배치되었다. 시위자들이 모이기로 한 붉은광장(Red Square)은 장벽으로 폐쇄됐다.
300여명이 모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학생은 "현 정부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이 없다는 걸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정치인이 필요하다. 나발니는 그들 중 한 명이다"라고 말했다. "정치범들을 위한 자유" "전쟁, 억압, 고문 금지"라는 피켓을 들고 사람들은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이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해 연행하는 과정에서 폭력 진압이 목격되기도 했다. 러시아 마가단에서는 경찰관이 남자를 강제로 땅에 닿게 한 뒤 팔을 뒤로 젖히며 무력 진압했다.
집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쉬와 동료인 류보피 소볼은 자택에서 감금되었다. 야르미쉬는 결국 선동죄로 10일간 수감되었다. 유럽 연합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찰스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은 이에 대해 "참담하다"고 평했다.
나발니는 작년 신경작용제 공격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으나 3주 동안 단식하며 급격히 몸이 쇠약해졌다. 교도소 측이 다리와 요통을 호소해도 의료 지원을 허가하지 않자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그의 동료들은 신부전이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대해 러시아의 '적색선'을 넘지 말라고 국정연설을 통해 경고했다.
나발니의 운명을 둘러싼 대립은 경제 제재, 외교적 추방, 우크라이나 인근 러시아군 증강 등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모스크바와 서방 세계 사이 심각한 상황을 촉발할 수 있는 발화점이다.
미국은 러시아에 나발니가 죽으면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밥 메넨데즈 미국 상원의원은 "야만적인 행위이며, 침묵할 수 없다"며 의료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도 나발니가 현재 고문에 해당할 수 있는 조건 속에 감금되어 있어 생명이 위독하므로 그를 해외에서 의학적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러시아 정부에 촉구했다.
모스크바의 주 검찰은 지난주 나발니 지지단체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규명하고 금지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
야당 측은 이 집회가 현대 러시아 역사상 가장 큰 집회가 되기를 바라며 당국자들에게 석방을 설득할 시도로 보고 있다.
<제공 : 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