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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환경개선캠페인] 조세불복분야

②기각율 높은 조세심판원…납세자는 '냉가슴'

조세일보 | 홍준표 기자 2021.04.2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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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원의 '국고주의적 성향' 논란...설립취지에 맞는가?

작년 심판원 인용률 30% '역대 최고치'지만…여전히 기각율 높아

국세청 고액소송 패소율 41%…심판원 결정 신뢰도 '삐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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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 인용률이 지난해 30%(재조사 제외)로 집계돼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지만, 여전히 기각 건수가 많아 납세자의 신속한 권리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 처리가 지연되고 인용률도 낮아 '납세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라는 심판원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다. 납세자는 필요적 전치주의에 따라 심판원을 거쳐야만 조세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심판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국세청에 유리한 결정이 많이 내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랜 형사법의 증명 원칙에 따라 세법 해석상 모호할 경우 납세자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함에도 심판원이 상대적으로 국고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짙다고도 평가한다. 

준사법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심판원이 독립성과 세법 원칙을 근거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는 사례가 적지 않은 형국이다.

심판원의 '국고주의적 결정'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판원이 설립된 이래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인용되는 심판청구 건수는 여전히 납세자의 기대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 2020년 인용율 역대 최고 기록했지만…고액 사건은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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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내국세의 청구연도별 인용률(재조사 제외)은 지난해 30%로 2019년(13.9%)보다 절반 이상 뛰었다. 그 이전을 보더라도 2018년 15.2%, 2017년 21.9%, 2016년 21.7%, 2015년 17.8%, 2014년 17.7%로 평균 20%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해 인용률이 대폭 올라간 셈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4년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지난해 인용률이 상승한 것은 소액사건의 인용 건수가 이전 연도보다 무려 9배 가까이 뛴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000만원 미만 소액사건의 경우 지난해 인용 건수는 전체 6151건 중 1812건(인용률 33.2%)으로 조사돼 2019년의 1424건 중 210건(인용률 22.4%)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작년 소액사건의 인용 건수는 전체 금액의 인용 건수인 3413건의 절반 이상에 달한다.

반면 고액 사건의 인용 건수는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과세액 50억원 이상 사건의 경우 35건이 인용됐는데, 이는 2019년 인용 건수인 39건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1000억원 이상의 초고액 사건은 지난해 총 5건이 처리됐지만 단 한 건도 인용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

심판원의 처리 건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인용률이 올라간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처리대상건수는 1만5845건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고, 인용 건수 또한 3413건으로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전년도인 2019년(1146건)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 국세청 고액사건 패소 10건 중 4건…환급금도 천문학적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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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0억원 이상의 고액 소송에서 국세청의 패소율이 41%로 집계돼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법원에서 뒤바뀌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조세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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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용률이 과거에 비해 상승했지만 여전히 법원의 소송에서 국세청의 패소율이 높아 심판원 결정의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고액 소송에서 국세청 패소율은 더욱 높게 나타나 심판원 결정에 대해 '세수 확보'의 목적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성호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조세 소송의 전체 패소율은 11.4%로 집계됐다. 특히 100억원 이상 사건의 패소율은 41%로, 2000만원 미만 소액 사건의 패소율인 3.7%에 비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2015~2019년까지 최근 5년간 국세청의 전체 패소율은 평균 11%, 2000만원 미만 소액 사건은 4.6%로 집계된 반면 같은 기간 100억원 이상 고액 사건의 패소율은 전체 패소율 대비 4배, 소액 사건의 패소율 대비 9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액 사건의 경우 국세청이 10건 중 4건의 소송에서 패소한 셈이다.

국세청이 패소함에 따라 돌려준 국세환급금도 최근 5년간 총 4조3679억원에 달할 만큼 천문학적인 규모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9435억원, 2016년 7146억원, 2017년 1조460억원, 2018년 1조1652억원, 2019년 4986억원을 환급해 준 것이다.

무엇보다 국세청의 패소율이 높은 이유와 관련해 정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실판단에 관한 법원과 견해 차이'가 전체 패소 사건(1003건)의 61.7%(619건)에 달해 신중하지 못한 과세처분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법령해석에 관한 견해 차이'도 35.1%(352건)로 패소 이유의 2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세청이 과세 단계에서 꼼꼼하게 사실관계를 판단하고 법리를 해석했다면 부실과세나 잘못된 과세가 줄어들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나아가 심판원에서 명확한 잣대로 심리를 했다면 납세자가 큰 비용을 지불하며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란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과거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 수수료'에 대한 과세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납세자의 손을 들어줬고, 회계상 영업권에 대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도 국세청이 패소해 '부실과세'라는 오명을 쓴 바 있다. 

■ 심판원 결정 우선순위는 '세수 확보(?)'…전문성 부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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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이 상대적으로 '국고주의적 결정'을 하는 배경으로 상임심판관의 전문성 부족이 거론된다. (사진=조세일보 DB)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판원 결정의 우선순위가 납세자의 권리구제가 아니라 국가의 세수 확보에 맞춘 것이라는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상임심판관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심판원의 상임심판관은 세법 전문가들 위주인 비상임심판관과 달리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심판 경험이 부족한 상임심판관들이 회의에서 '국고주의적 성향'을 피력할 경우 기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법원에서 패소한 사건이더라도 국세청의 과세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일 소지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조세심판청구 경험이 많은 한 로펌의 A변호사는 "심판관 회의는 상임심판관과 외부 위원인 비상임심판관이 2대2로 심리하는데, 상임심판관들이 조세 전문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며 "그래서 세법 전문가들인 비상임심판관이 상임심판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구조상 대등하다 보니 인용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구조상 설령 상임심판관이 비상임심판관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용하더라도 재심에 부쳐지고 또다시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여러 차례 재심으로 넘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상임심판관들이 더욱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A변호사는 상임심판관의 '전문성 부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개방형 공모제'를 제안했다. 그는 "현재는 심판관 회의 구조상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전문성 없는 심판관을 내부에서 돌리기보다는 고위직으로 외부 공모를 받아야 한다"며 "상임심판관을 개방형으로 바꿔야 내부에서 보직 변경에 대해 눈치를 보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세무법인의 B세무사도 심판원 결정이 소송에서 뒤집힐 경우 상임심판관 등에 대해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원이 심판원에서 기각 결정한 사건이 납세자 승소로 판결할 경우 심판관회의에 참석했던 상임심판관 등 내부 인사에 대해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며 "준사법기관인 심판원이 전심 단계에서 중립성을 훼손한다면 결국 피해는 납세자가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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