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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환경개선캠페인] 조세불복분야

④ 늑장 재판, 상식밖의 판결 납세자는 괴롭다

조세일보 | 염재중 기자 2021.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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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재판의 중요성

수원 교차로 사건(황필상 사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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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빈민가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 끝에 대학 입학과 프랑스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과학기술원 교수가 된 황필상 박사.

그는 1991년 생활정보지인 '수원교차로'를 설립해 상당한 돈을 모았다.

황 박사는 2003년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수원교차로' 주식 90%와 현금 15억원을 합쳐 215억원을 기부했다. 대학은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기부금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그런데 이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 세법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증여세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원래 상증세법 제48조 제1항 단서는 공익법인에 출연한 재산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돼 있다. 하지만 출연 재산이 주식인 경우에는 발행 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한 부분은 과세하도록 돼 있었다.

이 사건은 부과처분 당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고심끝에 수원세무서장은 2008년 재단에 140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승소했으나, 2심인 고법에서 패소해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 늑장 재판에 납세자는 괴롭다

황 박사가 주식을 기부한지 15년, 부과처분일로부터 9년이 지난 후 대법원은 결국 황 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 사이 가산세 40억원이 늘어 총 세금은 225억원이 돼 있었다.

황필상 박사는 2017년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원고 승소가 확정됐던 이듬해인 2018년 말 지병으로 작고했다.

"대한민국이 싫습니다. 호주나 영국에서 태어나지 못해 훈장은커녕 고액 체납자란 오명만 쓰고 있습니다." (황 박사가 생전에 가진 모 언론 인터뷰 중에서)

법원에서 신속한 재판을 하려고 해도 사실관계의 복잡성이나, 증명의 어려움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겠지만,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주식을 기부한지 15년이 지나 최종 판결이 나온 점은 납세자 입장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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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없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면?

상식밖의 판결로 납세자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판결도 있다.

최근 대법원은 "상속받은 재산이 뒤늦게 사해행위 소송으로 취소돼 더 이상 상속인들이 경제적인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음에도 상속세 납세의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판결(2014두46485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조세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철형 변호사는 언론 기고문을 통해 이 판결의 부당함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 바 있다.

유철형 변호사는 "대법원은 위법소득의 지배·관리라는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전제를 잃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2항 등이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는 판결(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 사해행위취소 판결(2014두46485 판결) 역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사해행위취소)가 발생하여 소득(상속)이 실현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상속세 납세의무가 전제를 잃게 된 것이라는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구조임에도 납세자의 권리 구제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대형 로펌의 다른 중견 변호사 역시 "대법원이 더 이상 경제적인 이익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여전히 상속세 납세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황필상 박사의 사례는 법무법인 율촌의 소순무 변호사가 쓴 '세금을 다시 생각하다(21세기북스)'에서, 저자의 승낙을 받아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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