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누리며 탈세…호황분야 67명 세무조사
매출누락해 고가 부동산 사들여…자녀에 편법증여도
"경제회복 흐름 해치지 않게 세무조사 필요 분야만"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이 25일 오전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신종·호황분야 탈세혐의자 67명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 국세청)
코로나19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폐업 위기에 내몰린데 반해 일부 업종은 반사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호황분야에 대한 '세무검증'에 들어갔다고 25일 밝혔다. 그 결과, 의도적으로 소득을 숨기거나 재산을 자녀에게 편법증여하는 이른바 '코로나 승자'의 민낯이 드러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코로나에도 수입금액이 증가한 업종에서 탈세혐의가 있는 67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위기상황에서 일부 코로나 승자들은 호황을 누리면서도 성실납세를 통한 이익을 공유하는 노력 없이 다양한 탈세수법으로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보복소비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고가 수입차 유통업체 탈세 사례, 자료 국세청)
국세청이 밝힌 조사 착수 사례를 보면, 고가 외제차량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A사는 최근 매출이 껑충 뛰었다. 그런데 차량 수입단가를 조작해서 원가를 과다 계상하고, 차량 판매대금을 임직원 명의 차명계좌로 받아 현금매출을 누락시켰다. 특히 사주는 가수금 수십억원을 허위로 계상하고 본인이나 배우자 통장으로 돌려받은 식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렸다. 그 돈으로 고가 아파트 십여 채를 사들였고, 이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억원이 넘는 차익을 얻고도 세금을 축소 신고했다.
유명세를 탄 B골프장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골프수요가 늘자 그린피, 각종 시설이용료 등을 비정상적으로 올리며 수입금액을 크게 키웠다. B골프장 역시 성실납세는 외면했다. 늘어난 소득금액을 탈루할 목적으로 특수관계자인 건설사에 조경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하고 인건비를 허위 계상하는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했다. 사주일가는 자녀에게 해당 골프장 주식을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으로 주며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러한 수법을 보인 레저·취미 관련 분야의 탈세혐의자는 35명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수입차·자전거 등 모빌리티 분야의 작년 수입금액은 전년에 비해 37.3% 뛰었다. 레저·취미용품, 골프관련 분야도 수입액이 각각 29.7%, 24.1% 늘었다.
◆…(집쿡 유행에 따라 특수를 누리고 있는 식자재 업체 탈세 사례, 자료 국세청)
재택근무·집콕 생활의 보편화로 수요가 늘어난 식자재·의료분야도 세무검증대에 올랐다. 식자재 업체인 C사는 온·오프라인 판매를 통해 호황을 누렸는데, 부당한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빼돌렸다. 영업사원에게 성과급을 허위로 지급하거나, 근무하지 않는 친인척을 직원으로 등재해서 인건비를 가공 계상하는 방식이었다.
시력교정전문인 D병원은 고가의 비호험시술을 내방환장게 권유하며 크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진료비 수입은 누락했고, 아내 회사로부터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하거나 근무하지 않는 가족에 대한 인건비를 허위로 계상했다. 누락한 소득은 외국에 있는 자녀(외국국적)에게 지속적으로 송금하며 편법적인 증여를 했다. 비대면·건강 관련분야의 탈세혐의자는 32명이다.
| "세무조사, 선택과 집중하겠다" |
국세청은 지난해에 3차례에 걸쳐 기획조사를 실시해 712억원을 추징한 바 있다. 당시 조사대상은 공직경력 전문직, 고액임대 건물주 등 고소득사업자 111명이었다. 올해 2월엔 반칙·특권을 이용한 영앤리치 등 불공정 탈세혐의자 61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한 결과, 356억원을 추징했다.
이번 조사는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코로나 피해가 큰 사업자는 검증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코로나 여파로 한계기업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반면 코로나로 반사적 이익을 얻는 신종·탈세분야 위주로 조사대상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내·외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산업·업종별 경제 동향을 분석해서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정지원(세무검증 배제 등)이 필요한 분야와 신종·호황 탈세분야를 정확하게 도출함으로써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과적인 세무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