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질서에 대한 시각 차이·지정학적 이해관계·다양한 현안에서 대립하고 있어
미 “나발니·우크라이나 사태 등 러시아 인권·민주 핵심가치 훼손” vs. 러 “단일 패권 추구하는 미국 대외정책 반대”
군축문제와 같이 필요에 따라 사안별로 협력 가능성도 있어…이란 핵 재협상·북한 핵 문제 등 안보 이슈
◆…지난 19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담을 가졌다 <사진 로이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들어선 후 내달 16일 처음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면한다. 하지만 현시점 대내외적 상황과 현안들을 고려할 때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측의 관계가 개선되거나 재설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며 “미-러 관계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회복을 추구하는 가운데 양 정상은 다양한 긴급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크렘린궁 또한, 같은 날 보도문을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러-미 관계의 현재 상황과 전망, 전략적 안정성, 코로나19 대응을 포함한 국제 현안, 지역 분쟁해갈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 당국자들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의 관계가 재설정되거나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을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세계질서에 대한 시각차, 지정학적 이해관계 등이 본질적 갈등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바이든 시기 러시아와 미국 관계의 주요 이슈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질서에 대한 시각 차이, 지정학적 이해관계, 가치 규범 등에서 양국 간에는 상당히 큰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현재 군축문제를 제외하고는 국제 현안들에 대해 양측은 대립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미-러 관계가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야권 인사 나발니 구속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에 비유하자 푸틴 대통령은 강한 불만을 표하면서 온라인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는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미국은 러시아가 민주, 인권 등과 같은 미국의 핵심가치를 훼손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러시아는 미국이 상대국의 입장 및 상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부족하다고 인식하며 단일 패권을 추구하는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 에너지 패권, 대러 경제제재 등 다양한 현안에서 입장 차이 보여
양국은 현재 국제적 현안에 대해서도 대부분 대립하고 있다. KIEP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지정학적 갈등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에 대한 제재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및 사이버 해킹 △나발니 사건 및 인권 문제 △미국의 대러시아 추가 경제제재 △에너지 패권 다툼 △북극 및 우주 개발 경쟁 등을 미국과 러시아가 당면한 현안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은 △금융 △에너지 △방위산업 부문에서 주로 금융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러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실물경제에 실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를 감행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달러를 우회하는 국제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양측은 지난 1월 26일 핵무기 확산 방지를 핵심 목표로 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START-3)의 5년 연장에 합의하는 등 유일하게 군축문제에서는 협력하고 있다.
◆ 갈등 구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북한 핵문제 등 사안별 협력 가능성 있어
앞으로도 다자주의 지향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의 복원을 통해 대러시아 견제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또한, 푸틴 정부 이후 미국의 일방주의 및 단일 패권을 반대하며 자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충족하기 위한 외교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KIEP 보고서는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 과제는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훼손된 EU(유럽연합)와의 관계 회복에 있으며 전략적 경쟁국으로 중국을 1위로 꼽고 있는 만큼 러시아에 대한 대외정책이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또한, 양측이 필요에 따라 사안별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는데 이란 핵 재협상, 북한 핵 문제 등 글로벌 안보 이슈와 분쟁 해결이 가장 현실적인 협력 대상이며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과 기후변화 등에서 양국이 협력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며 당분간 양국 간 갈등 구도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 1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제한에 대한 논의한 것으로 보아 오는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또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