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클립아트코리아)
탄소세를 이미 도입한 다른 나라의 상황을 참고해 적절한 세금 감면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 또한 조세저항으로 탄소세 도입에 애를 먹은 호주와 프랑스의 사례도 살펴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나온다. 현행 에너지 세제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며, 역진성 문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수연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지난달 발간된 NABO 추계&세제 이슈에서 이 같은 내용의 '탄소세 논의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 거스를 수 없는 흐름, '탄소세'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가 가시화됨에 따라 탄소세 등 시장기반적 정책에 관한 논의가 확대되는 추세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발효 후 각국은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을 위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으며,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하여 탄소세(carbon tax)·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 등 시장기반적 규제수단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6월까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해 핵심 정책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2022년~2023년 국가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는 '오염자 지불(polluter pays)' 원칙에 따라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해 탄소 발생을 줄이는 것으로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으며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1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도입된 이후 2015년 1월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있다. 2019년 기준 배출권 거래량은 3800만톤이며, 배출권 거래가격은 2만8445원이다.
에너지 관련 세제는 운영 중이지만, 탄소배출량에 대해 과세하는 탄소세는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에너지 관련 세금으로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등과 함께 부가세에 해당하는 자동차세 주행분, 교육세 등이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사용량에 대해서도 과세가 된다.
OECD는 ‘2017 대한민국 OECD 환경성과평가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세제가 에너지 생산 및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및 기타 외부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탄소세 관련 법안은 제19대 국회에서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탄소세법안 등이 임기만료 폐기된 후, 제21대 국회에서 용혜인 의원의 탄소세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두 법안 모두 세목 신설을 통한 화석연료 과세를 토대로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며, 탄소세는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해 화석연료별 세율을 차등화하고 있으므로, 탄소세의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 각국의 탄소세 상황은?
◆…2019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탄소세율의 경우, 스웨덴이 US$119/tCO₂e로 가장 높으며,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US$1/tCO₂e 미만으로 하위권이다. 핀란드와 아일랜드는 수송용에 대해 다른 경우보다 높은 탄소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아이슬란드와 덴마크는 화석연료에 높은 탄소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일부 주에서 연방정부와 다른 탄소세율을 정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는 탄소세와 EU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함께 시행하되, 이중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직접세 감세, 산업용 부문에 대한 탄소세 감면 등의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핀란드는 1990년 세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했으며, 1997년 및 2011년 에너지 세제개혁을 실시해 소득세 감세 및 기업의 사회보장비 삭감을 통해 온실가스 저감과 기업의 경쟁력 제고의 균형 도모했다.
스웨덴은 1991년 탄소세를 도입했으며, 당시 법인세를 대폭 삭감하고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소득세를 감면했다. 덴마크는 1992년 탄소세를 도입했으며, 세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피하기 위해 탄소세 도입 시 기존의 에너지세를 인하하고, 소득세·판매세·법인세 등의 감면을 통해 세수중립성을 유지했다.
일본은 2012년 10월, ‘지구온난화대책세’라는 세목을 신설해 아시아 최초로 탄소세 도입했다. 싱가포르는 2019년 동남아시아 최초로 탄소세를 시행했다. 대규모 탄소배출기업을 대상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점차 세율을 높일 계획이다.
프랑스는 탄소세를 시행 중이나 세율 인상은 유예한 상태며, 네덜란드는 올해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호주는 2012년 탄소세를 도입했으나, 2년 만에 폐지했다. 호주 내 광산, 에너지, 유통 기업에 막대한 세금부담을 지우며 결과적으로 최종 에너지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 "세부담 증가 중복 규제, 조세저항 최소화 해야"
백수연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각국의 탄소세 시행 및 논의 사례는 탄소세 도입 시 급격한 세부담 증가, 배출권거래제와의 중복 규제 문제, 조세저항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세를 조기에 도입한 북유럽 국가의 경우에도 탄소세 부과와 함께 직접세 등의 감면을 병행해 세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실시했으며, 배출권거래제와의 중복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
탄소세 도입 시 핀란드는 소득세를 감면했고, 스웨덴의 경우 법인세 삭감 및 저소득층·중산층의 소득세 감면을 병행했으며, 덴마크의 경우에도 기존의 에너지세를 인하하고, 소득세·판매세·법인세 감면을 실시했다. 배출권거래제 대상 기업에 대해 스웨덴·덴마크는 탄소세를 감면하고 있다.
탄소세 도입 초기에 다른 국가보다 높은 탄소세율을 적용했으나, 주력 수출 업종 및 에너지 소비자의 부담 증대에 따라 2년 만에 탄소세를 폐지한 호주의 사례, 정부가 탄소세율 인상을 시도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로 인상이 유예된 프랑스의 사례 등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
그는 "2022년 1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이 폐지를 앞둔 상황에서, 목적세를 보통세로 전환해 일반회계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교통·에너지·환경세의 목적세적 성격을 유지하면서 교통세와 환경세(탄소세)로 분리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참고해 기존 에너지세제의 통합, 유지, 보완 및 세목 신설여부, 과세표준 및 세율 산정방식 등에 관한 종합적인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석유화학, 철강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에 대한 탄소세 부과 시 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률 저하, 탄소저감을 위한 설비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이 증대될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탄소세 도입 시 초래될 수 있는 역진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저소득층에 대해 탄소세 감면 또는 세율 인하, 탄소세로 증가된 세수를 활용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제시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