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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제 개선 토론회]

오문성 "상속세 세율부터 구조까지 전면개편해야"

조세일보 | 강상엽 기자 2021.07.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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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21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한국조세정책학회가 공동주최로 연 '비정상적인 상속세제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에 참석, 상속세제 개선안 관련한 주제발표를 했다.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유산과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고, 세율은 소득세 수준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상속재산 전체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게 세법이론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상속세가 소득세의 보완세제라는 측면에서 소득세율보다 더 높은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상속세가 불합리하고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은 오랫동안 조세학계에서 제기된 문제다. 우리나라 조세법학의 거목이며 상증세법 전문가로 불리는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의 최명근 교수(작고)는 30여 년 전부터 상속세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21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한국조세정책학회가 공동주최로 연 '비정상적인 상속세제 이대로 둘 것인가?'라는 정책토론회에 참석, 주제발표를 통해 상속세제 개선안을 제시했다.
OECD서 5개국만 상속세 유산과세…"과세구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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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속세는 피상속인(상속재산, 유산세)을, 증여세는 수증인(취득재산가액, 유산취득세)을 근거로 세금이 부과된다. 동일 목적의 과세체계(세율 동일)를 갖고 있음에도, 과세방식이 다르면서 세부담은 차이를 보인다.

상속세제를 운영하는 OECD 21개국 중 16개국이 유산취득 과세체계를 택하고 있고 한국과 미국, 영국 등 5개국만이 유산과세 방식이다.

오 학회장은 "상속세제를 유산과세구조에서 유산취득과세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재산 총액이 아닌 유산 분배 후 상속인별 분할재산에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을 적용해 상속세를 매기는 구조다. 이어 "유산취득과세 구조로 변경되면 상속세 과세가액 계산방법이나 사전 증여재산 등의 범위, 상속공제 등에 대한 조정은 논리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세율, 소득세율보다 더 높은 것은 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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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율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최고세율만 따졌을 땐 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매기면 60%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오 학회장은 상속세율에 대해 소득세 수준보다 낮게 인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중과세라는 개념을 끌고 오지 않더라도 소득세의 세율보다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상속세를 과세한다고 하더라도 소득세의 최고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논리에 맞으며, 대체로 최고세율의 수준은 30%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독일, 칠레, 네덜란드 등 OECD 국가 중 14개국이 소득세율을 상속세율보다 높게 가져가고 있다. 캐나다(상속세 폐지 1971년), 호주(1979년), 뉴질랜드(1992년), 포르투갈(2004년), 스웨덴(2005년), 노르웨이(2014년) 등 13개국에선 상속세를 없앴다.

오 학회장은 "장기적으로 현행 상속세제를 통해 세금을 징수하기 보다는 자본이득과세 방법을 통해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피상속인이 생전에 부동산을 100원에 취득한 이후 사망 시기에 부동산 가격이 70원이 됐다고 치자. 현행은 시가인 70원에 대해 과세하는 구조다. 하지만 자본이득세일 땐 취득가액인 100원으로 상속을 받고, 그 이후 부동산을 처분할 시점에 시가가 250원이라면 150원이 과세대상이 된다. 과세대상가액이 60원이 됐다면 자본손실이 발생하기에 과세되지 않는다.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해야 한다"
최대주주 주식에 할증해 상속세를 가산하는 현행 제도에 대해선 폐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 학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의 최고세율이 타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뿐더러 최대주주 할증과세까지 적용되면 상속세의 세율이 60%까지 상승하는 기이현상이 벌어진다"며 "상속세 최고세율을 30%로 인하하고 최대주주 할증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할증세율은 2000년부터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에 따라 차등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당시 최대주주 등의 지분이 50% 이하일 땐 20%를, 50% 초과하면 30%를 할증하도록 했다. 중소기업의 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에 따라 2003년엔 중소기업의 할증률을 절반(20%→10%, 30%→15%)으로 조정했고, 2019년 말 세법개정을 통해 정부는 지분률에 따른 차등적용을 없애고, 일반기업은 20·중소기업은 0%(할증평가 대상에서 제외)의 할증률이 일괄 적용되고 있다.
"대기업 차별 안 돼…가업승계제도 적용대상 확장해야"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다. 창업주의 가업을 자식이 원활하게 물려받을 수 있도록 세제로서 뒷받침해주는 제도인데,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만 적용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 학회장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취지를 살려 원활한 기업승계제도로 운영해 중소·중견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으로까지 그 적용대상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의 문턱이 높다는 문제도 있다. 현재 이 공제는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매출액 3000억 원 미만)으로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에 적용하고 있다. 오 학회장은 "상속세 과세대상이 되는 경제적가치가 있는 재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속세가 과세되어야 하지만, 경영권행사 또는 실제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반드시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처분이 어렵다는 측면을 본다면 그 처분이 이루어질때까지 이 재산적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시기를 조절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업의 경영에 꼭 필요해 처분에 제한이 있는 재산은 처분시까지 과세를 이연해야 하며, 이 제도가 정착되기전에는 연부연납기간을 최대한 연장해주는 등의 납부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업이란 용어를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오 학회장은 "현행법의 내용으로만 볼 때 가업이라는 용어가 주는 이미지에 걸맞는 회사규모에 사용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기업상속공제나 기업승계공제의 용어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와 관련해선 "현재 시점에서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위헌성 문제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완전포괄주의라는 명분으로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방향의 과세가 이루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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