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사전 브리핑땐 주요 내용으로 언급
"삼성家는 적용 제외" 구체적 답변도 오가
당정협의 거친 뒤 본자료에선 내용 사라져
검증해놓고…"심도 있는 논의 필요" 황당 논리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문화재 미술품 물납제 도입에 관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현재 우리나라는 상속세, 재산세에 있어 현금으로 납부가 어려울 땐 물납(금전 이외의 것으로 조세를 납부하는 것)을 허용해주고 있다. 그 대상으로는 부동산, 유가증권이며 미술품은 물납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간 미술품 물납제 도입 논의는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적정한 가치평가나 관리의 어려움으로 제도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상속세 물납대상 범위에 미술품을 포함시키는 안을 내놓은 것이다. "예술적·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우수한 문화유산의 해외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에이포(A4) 용지 5~6장 분량으로 작성된 자료엔 별다른 내용 없이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물납 허용'이란 제목만 공개된 상태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며 단순히 논의 수준이 아닌 점을 짐작하게 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 가(家)의 기증 미술품도 물납이 허용되느냐'는 질문에, 고 정책관은 "2023년 1월 2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라며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부자 감세'를 의식한 듯 "미술품으로 냄으로써 납부해야 되는 상속세가 줄어드는 게 아니고, 그 상속세에 해당하는 가치만큼의 미술품이 납부되기 때문에 감세라고 보기 어렵다"는 실무자의 답변도 있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그러나 상세본 자료엔 일언반구 없이 내용이 지워졌다. 공식 발표(26일)에 앞서 23일 세법개정안 브리핑 자리에선 '미술품 물납제를 입법화를 포기한 것인지'의 여부를 묻는 질의가 나왔고, 홍남기 부총리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품과 문화재를 국가 차원에서 관리·보존하기 위해 물납 허용 취지는 공감을 했으나, 보다 여러 가지 논의와 심도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법개정의 추진 경과를 설명하는 글엔 '세제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분야별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세법개정 방향·주요 과제를 논의했다'고 박혀 있다. 내부적으론 검증이 끝난 상태라고도 볼 수 있다. 일각에선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발을 정부가 떠안기 부담스러운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일단 포함시키지 않고, 대신 국회에 세법개정안이 제출되면 함께 논의를 하겠다"며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정부 입법안보다는 아마 의원 입법안으로 법안이 발의되어서 같이 논의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