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행위계산의 부인 유형 중 자본거래를 규율하고 있는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는, '합병·증자·감자 등 자본거래로 인하여 주주등인 법인이 특수관계인인 다른 주주 등에게 이익을 분여한 경우'를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8호의 규정만으로는 새로운 변칙행위에 대하여 사전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2007. 2. 28.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의 2를 신설하여 '제8호 외의 경우로서 증자·감자·합병·분할, 전환사채등에 의한 주식의 전환·인수·교환 등 법인의 자본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거래를 통하여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유형으로 추가하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는 주주 상호간의 이익 분여에 관한 규정임이 문언상 명백하나, 제8호의 2에서는 제8호와는 달리 이익을 분여받은 자를 특수관계인인 다른 주주등으로 특정하고 있지 아니하기 때문에 신주를 인수한 주주와 주식발행법인 간의 경우에도 부당행위계산부인이 적용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상판결과 관련한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내국법인인 원고는 중국에서 게임 등 인터넷 사업에 진출하기 위하여 중국법인과 각 50%씩 출자하여 케이만에 회사를 설립하였다. 그런데 중국 내 사업을 진행하던 도중 원고는 중국 내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 및 동업자인 중국법인의 사업의지 결여 등을 이유로 중국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하였다. 원고는 중국 내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으로써 원고의 손실 규모, 인력 구조 조정에 따른 중국 내 반발의 최소화 등을 고려하여 회사의 청산이 아닌 지분 매각의 방식을 선택하였고, 지분 매수자의 요구에 따라 유상증자(원고의 손실예상금액으로 지분 매수자가 제시한 금액, 이하 "쟁점 유상증자")를 실시한 후 케이만 법인의 지분 50%를 10달러에 매각하였다.
원고는 케이만 법인 지분을 매각한 사업연도의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시 쟁점 유상증자 금액을 손금에 산입하였으나, 피고인 과세관청은 쟁점 유상증자와 관련된 처분손실은 제8호의 2에 따른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으로서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부과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시가보다 고가로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의 2에 따른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즉 주주인 원고가 쟁점 유상증자를 통하여 주식발행법인에게 이익을 분여하였는지 여부이다.
법원의 판단은 어땠을까? 먼저, 제1심 법원(서울행법 2017. 11. 03. 선고, 2017구합51457 판결)은 제8호의 2 규정은 증자하는 법인이 유상증자를 통하여 당해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보이므로, 이익분여의 주체인 '법인'을 주식발행법인이 아닌 '주주등인 법인'까지 포함하여 해석하는 것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넘는 것이라고 판시하면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제1심 법원의 해석대로라면 신주 저가발행의 경우에만 제8호의 2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문언 해석을 엄격하게 함에 따라 제8호의 2의 신설 취지를 무색하게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참고로 이러한 법원의 해석을 의식해서인지 2019. 2. 12. 제8호의 2가 개정되면서 자본거래 시 특수관계자에게 이익을 분여하는 범위에 자본거래로 인하여 이익을 분여하는 모든 법인이 포함되도록 규정을 명확화 하였다).
한편, 제2심 법원 및 대상판결에서는 (i) 제8호의 2 규정은 자본거래 유형을 포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제8호를 보완하여 제8호에서 규정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ii) 법인세법 시행령 제89조 제6항과 상증세법 제39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가 제8호와 제8호의 2에 각 규정되는 경우를 함께 규정하고 있는 점을 비추어 보아도, 제8호와 제8호의 2는 같은 취지의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iii) 자본거래인 신주발행의 법적 성격상 발행법인이 발행가격을 높여 신주를 발행하였다고 하여도 원칙적으로 발행법인과 신주인수인과의 관계에 있어 신주인수인이 발행법인에 이익을 분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iv) 주주가 신주를 고가로 인수함으로써 신주발행법인에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보고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인 이 사건 규정을 적용한다면 법인으로서는 사실상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되고, 이로 인하여 계속하여 사업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88조 제1항 제8호의 2는 신주를 고가로 인수한 주주가 주식발행법인에게 이익을 분여한 것으로 보아 적용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역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제2심 법원 및 대상판결의 결과는 제1심 법원의 판결과 동일하나, 그 판단의 근거는 달랐다. 하지만, 제1심의 판단 근거(증자하는 법인이 유상증자를 통하여 당해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적용)를 부정한 것은 아니며, 제8호의 2에서 규정한 이익을 분여한 '법인'에 주식발행법인이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판단하지 아니하였다. 기업회계기준상 자본거래에서 자본거래 당사자인 법인에게는 법인세법상의 손익이 발생할 수 없으므로, 주식발행법인이 제8호의 2에서의 이익 분여 주체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대상판결과 같은 날짜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8두34350 판결)에서, 원심의 이유 중 신주발행을 통한 증자의 경우 제8호의 2의 '법인의 이익을 분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서의 '법인'에 주식발행법인도 포함될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판시는 부적절하다고 하면서, 위 규정에서의 '법인'이란 주식발행법인이 아니라 주주인 법인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명확히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8두56602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