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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기업탐사]

① 크래프톤 "공모가 높다" 지적에 '꼼수'로 다시 뻥튀기

조세일보 | 조영진 기자 2021.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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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부진 자회사를 월트디즈니와 비교했다가 퇴짜
비교기업 변경 후 평가가치 낮아지자 할인율 낮춰
할인율 14%로 상장기업 평균 19.1%보다 5.1%p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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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의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일자 금융감독원이 개입, 가격을 낮췄지만 이 역시 할인율을 바꾸는 '꼼수'를 써 공모가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크래프톤의 주가는 상장 후 줄곧 공모가(종가기준)에 못 미쳐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고 있다.

크래프톤은 공모가를 산정할 때 빈약한 근거를 기반해 비교기업 선정부터 공모희망밴드 구성 과정에 크래프톤 측이 원하는 가격에 근접하도록 기준을 바꿔가며 가격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래프톤의 주가는 한때 공모가보다 18.5% 낮은 40만6000원까지 떨어졌다. 24일 종가는 46만원으로 공모가보다 7.6% 낮은 가격에 머물렀다. 청약에 참여한 일반투자자의 피해규모는 지난 12일 2389억원에 달했고 24일 기준 987억원의 손실을 여전히 기록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크래프톤의 공모가 거품 논란은 두번째 증권신고서 제출로 공모희망밴드를 하향 조정함에 따라 합리적으로 수정되는 듯 보였으나 확인 결과 1차로 제출한 증권신고서와 마찬가지로 공모가가 무리하게 산정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크래프톤은 첫번째 제출한 증권신고서부터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포함한 9개 회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무리한 공모가 산정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미디어와 콘텐츠 제작 환경 확장을 위해 2020년 2월 PUBG Entertainment, Inc.을 설립, 2020년 8월에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히든시퀀스에 지분 투자를 집행했다"며 "이처럼 게임을 넘어 영화, 음악,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확장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콘텐츠 제작 회사를 가치평가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PUBG Ent.는 지난해 부채총계 3억원, 순손실 3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 부채총계 4억원, 순손실 4억원을 이어갈 정도로 경영 부진에 시달리는 등 사업규모 및 재무상태 모두 글로벌 엔터사와 비교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50억원을 들여 지분을 취득한 히든시퀀스도 2019년, 2020년 각각 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 순자산가액은 -3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근거로 비교기업에 선정된 월트디즈니의 시가총액은 증권신고 당시 기준 358조원에 달했다.

평가시가총액 산출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래프톤의 평가시총은 자사 지배주주순이익을 비교기업들의 평균 PER(주가수익률)과 곱해 산출됐는데 엔터사와 게임사의 PER을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사는 지난해 코로나19 비대면 수혜로 순이익이 증가해 PER이 비교적 낮게 잡힌 반면 엔터사의 경우 실적에 타격을 받아 높은 PER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월트디즈니의 올해 1분기 PER은 88.8배인데 비교기업으로 함께 선정된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PER은 각각 57.2배, 51.5배로 월트디즈니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평균 PER이 높게 형성될수록 크래프톤의 지배주주순이익을 곱했을 때 산출되는 평가시가총액 또한 커지게 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은 초기 희망공모밴드로 평가액 67만7539원에 할인율 32.4%~17.8%를 적용한 45만8000원~55만7000원을 산출했다.

이처럼 높은 공모희망가격이 제시되자 단 하나의 게임에 의존하고 있는데 비해 고평가됐다는 여론이 일어 금융감독원이 개입하고 나섰다. 그러자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면서 "음악,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확장을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 사업 초기단계인 관계로 관련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비교회사 선정 시 제외했다"며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4개 게임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주당 평가가액도 67만7539원에서 57만9153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문제는 주당 평가가액이 줄어들자 평가액 대비 할인율도 함께 축소하는 꼼수를 쓰며 높은 공모가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처음 증권신고서에 32.4%~17.8%이던 할인율을 30.9%~14.0%까지 줄여 40만원~49만8000원으로 공모희망밴드를 확정했다. 결국 14.0%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종 공모에 들어갔다.

최근 5년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의 평가액 대비 할인율 평균은 32.0%~19.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면 상장기업 평균치보다 최소 5.1%p 비싼 값에 공모가를 책정한 셈이다.

크래프톤의 1·2차 증권신고서에는 "게임 및 콘텐츠 산업의 특성, 기존 상장업체와의 사업 구조 비교, 재무 성장성 및 안정성 등 재무지표에 대한 비교, 동사의 시장 거래가격의 부존재 등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동일한 내용만 서술돼 있을 뿐 객관적 수치가 그새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공시돼 있지 않다. 비교기업 변경이 1·2차 증권신고서의 주된 차이점이기 때문에 새로 추가된 게임사와의 재무제표 비교가 할인율 축소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게임 단일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단일 IP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정 PER 25~30배를 상회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비교대상인 게임회사에 비해 뚜렷한 강점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크래프톤 측은 이처럼 할인율을 상장사 평균보다 낮게 산정한 데 대해 "할인율 산정은 크래프톤이 아닌 주관사단이 작성하는 부분"이라며 발뺌했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독보적인 IP인 배틀그라운드를 보유하고 있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및 PC게임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게임 내 ARPU(가입자 당 평균매출)를 달성했다는 점이 비교기업 대비 강점"이라고 공모가를 이 같이 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첫 번째 증권신고서에서 비교기업을 무리하게 선정한 것에 대해서는 "정정 증권신고서에는 월트디즈니, 워너뮤직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그 기업을 비교대상으로 선정한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선 추가로 해명하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증권신고서를 통해 제시한 셈이었다. 이와 관련해 크래프톤은 "향후 23년까지 약 2237억원을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원천 IP 확보, 신규 게임개발 및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IP를 확장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크래프톤은 구주매출을 제외한 공모자금 2조7846억원 중 100억원만을 올해 엔터테인먼트 운영자금에 배정한 것으로 확인돼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에 비해 신사옥 등 부동산 확보에는 올해만 1023억원을 배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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