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에 불똥 튄 '고발사주' 의혹...국힘 '총공세'에 민주 '진땀' 

조성은 "우리 원장님..."발언에 국민의힘 한껏 고무돼 총공세 펼쳐

이준석 "박지원 국정원장의 코칭 정황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송영길 "국힘, 박지원-조성은 꼬투리 잡은 삼류 정치소설 써"

박지원 "조성은과 특수한 관계 아냐...조언해 준 적 전혀 없다"

◆ 이준석 "해명 불충분할 경우, 대선 일정 앞두고 국정원장 사퇴나 경질 요구할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이른바 '검찰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로 나선 조성은씨가 SBS 뉴스인터뷰에서 앞선 <뉴스버스> 보도에 대해,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가 아니었다'고 말한 것과 관련, "박지원 원장이 모종의 코칭을 한 정황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박지원 국정원장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씨가 보도날짜에 대해 '우리 원장님과 제가 원한 날짜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여기서 '우리 원장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국가정보원장님이 맞느냐"라고 반문하며 "국정원장은 국내 정치 관여가 엄격히 금지돼 있는데 이 건에 혹시 제가 모르는 산업 스파이, 북한 간첩이라도 개입돼 있느냐"고 비꼬았다.

그는 지난달 11일 박 원장이 서울 모 호텔에서 제보자를 만났다는 점을 언급한 뒤 "공교롭게도 8월 10, 12일 (조씨의) 휴대전화에서 캡처된 메시지들이 언론에 공개됐고 이는 야권의 대선 후보와 야권 인사 공격에 사용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은 하루속히 조성은씨와 공모의혹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라"며 "해명이 불충분할 경우 야당은 대선 일정을 앞두고 국정원장 사퇴나 경질을 요구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조성은씨 발언을 근거로 ”박 원장이 깊숙이 개입된 것을 자백한 것”이라며 “키맨인 박 원장과 김진욱 공수처장의 직접 답변이 필요하다. 국회 출석을 공식 요구하겠다”고 가세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선 정보위를 지체 없이 소집해 박 원장의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비롯한 의혹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사건이 터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법사위 긴급 현안질의를 요구하고 진행했다"며 "똑같은 잣대로 정보위도 신속하게 열어야 마땅하다"고 압박했다. ◆ 하태경 등 국힘 정보위 의원들, 국정원장 사임과 국회 정보위 소집 촉구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박지원 국정원장 사임과 국회 정보위 소집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조태용·신원식 등 국민의힘 정보위 의원들은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조모씨는 어제 SBS 뉴스에 출연해서 최초 언론 보도 시점이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나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발언하여 박지원 원장이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보위원들은 이어 "국정원 흑역사 60년은 불법적인 국내정치개입의 역사“라면서 ”불법적 정치개입은 국정원을 국민을 위한 안보기관이 아닌 정권을 보위하고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역대 국정원장들에 의해서 행해졌다"고 맹공을 폈다.

또한 "박 원장은 지금 당장 국민들에게 조모씨를 왜 만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대해서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음습한 정치개입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박지원 국정원장을 즉각 사임시켜야 한다"고 문 대통령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정보위원 일동은 박지원 국정원장의 정치 공작을 통한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해 즉각 국회 정보위를 소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민주당도 압박했다.

◆ 원희룡 "조씨, 박지원 국정원장과 상의했다고 사실상 실토한 것"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 역시 '고발 사주' 제보자 조성은씨가 전날 SBS 인터뷰에서 ‘우리 원장님이나 저가 원했던 날짜나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 "박지원 국정원장과 상의했다고 '사실상 실토'한 것"이라고 맹공을 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공작 ‘막장 드라마의 감독’이 국정원장이었나"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수상한 만남’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대한민국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정치공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수처를 향해서도 "최근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처럼 빛과 같은 속도로 박 원장과 관련자 모두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수사로 정치공작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윤석열 캠프, 박지원-조성은, 성명불상자 1명 공수처에 고발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 캠프측은 이날 '검찰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와 박지원 국정원장과 함께 성명불상자 1인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윤석열 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이날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11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캠프는 지난달 11일 박 원장과 조씨의 만남이 '검찰 고발사주' 의혹을 공모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조씨는 이날 박 원장과의 식사자리에 동석한 사람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캠프는 배석자가 있다고 보고 '성명불상자 1인'을 함께 고발했다. 고발장은 캠프 기획실장 겸 특별위원회 위원인 박민식 전 의원과 변호사 2인이 제출했다.

특위는 또한 이날 성명서를 통해 "공수처는 조성은과 공수처를 연결하고 제보를 사주한 배후의 핵심 인물을 밝히라"며 "공수처가 통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조씨와 접촉해 제보를 유도해 낸 만큼 중간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인물이 누구인지 어떤 직업적 배경을 가진 사람인지 어느 경로로 알게 된 관계인지 명명백백히 밝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윤희석 캠프 대변인은 이날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갑자기 자백을 한 건지 아니면 말이 헛나왔는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훅 들어오니까 참 해석을 해야 되는 저희도 당황스럽다"며 "조씨 말 그대로라면 정치공작을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변인은 그러면서 "뉴스버스 보도 이후에 검찰, 공수처, 법무부, 이 트리오가 완벽하게 신속하게 움직인 이유가 뭔지도 잘 설명이 된다"면서 “그래서 애초에 이 사건을 언론은 고발 사주 의혹, 이렇게 불렀지만 이렇게 된 상황이 된다면 이제는 그것이 아니라 제보 사주 의혹, 이렇게 불러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 원장과 조씨의 만남을 두고는 "이걸 사적인 가벼운 만남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왜냐하면 국정원장이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 정치적 의미 그리고 박지원이라는 분이 갖는 어떤 상징성, 이런 것을 볼 때 저희가 박 원장이 제보 과정에서 연루될 수도 있을 것 아니냐, 이런 가능성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2월에는 (제보자인 조씨가) 또 국정원장 공관에도 갔다 하니까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다"며 "어제 조성은 씨가 SBS에 나왔고 결정적인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 박지원 적극 해명 나서 "발언 수정하지 않았나...조언 전혀 없었다" 한편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제보자 조씨에게 조언한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조씨가) 얼떨결에 발언이 나왔다며 발언을 수정하지 않았느냐"라고 '제보 사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원장은 조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특수한 관계 같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없다"며 "똑똑한 신세대 후배이고, 내가 청년이나 젠더 문제를 잘 모르다 보니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국정원장 공관에서 조씨를 비롯해 국민의당 전직 의원들과 함께 만났는 지에 대해서도 그는 "사실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만나고 있다"고 일상적인 업무임을 설명했다.

박 원장은 그러면서 "야당이 헛다리를 짚는 것인데, 수사해보면 나온다"며 "일부에선 내가 검찰쪽 인사를 소개해서 (조씨가) 그쪽 감찰부장하고 (연락)했다고 하는데 나는 지금도 감찰부장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이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면서 ”왜 이게 본질인 양, 단역도 아닌 사람을 주연배우로 만들려고 하나"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나아가 "그런 것이 있다면 내가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이 국정원장 특활비 사용 내역 및 공관 출입 기록 제출 요구에 대해선 "그것은 국정원장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 송영길 "국힘, 공익신고자와 박 원장 꼬투리 잡아 엉터리 삼류정치소설 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윤석열 전 총장과 국민의힘은 사건의 진상과 무관한 공익신고자와 박지원 원장의 식사자리를 꼬투리 잡아 국정원 개입을 운운하는 엉터리 삼류정치소설을 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송 대표는 이어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려는 아주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며 "핵심 당사자인 김웅 의원에 대한 공수처 압수수색을 두고 문제 삼은 것 또한 자가당착 모순이다"라고 국민의힘에 반격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은 영장 집행을 불법이라 방해하는 행위는 법질서를 부정하자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와 김웅 의원의 기자회견에 이어 조성은씨가 JTBC 방송에 사전 녹화된 인터뷰에서 자신이 공수처 제보자라고 밝힌 이후 민주당의 ‘검찰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총공세가 이어졌지만 전날 조씨가 SBS와의 인터뷰에서 박 원장과의 회동 사실을 언급하며 전세가 역전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씨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에 상당히 고무된 듯 ‘고발사주’ 의혹의 몸통에 대한 재의혹을 제기하며 박지원 국정원장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예상치 못한 사태 발생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