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현지시간) 문대통령-교황 단독 면담에서 '방북' 의사 재확인
교황 "北 초정장 오면 기꺼이 가겠다" 했지만 코로나19 등 제반여건 나빠
북한 입장에서도 초청장 보내기엔 안팎의 여건 부정적 관측도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29일(현지시간) 단독 면담에서 교황의 방북 의사가 재확인됐지만 현 시점에서 북한이 교황을 초청하기엔 부정적 여건이 많다는 분석이 1일 나왔다. 지난 29일 교황청에서 교황과 만난 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교착상태에 놓은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교황 방북 카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일 전했다.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면 한반도 평화의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주 대변인은 "지난 10월 29일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단독)면담을 통해 교황의 북한 방문 의지가 다시 한 번 확인된 만큼 북한이 이에 호응하여 한반도 평화 증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한 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문 대통령의 방북 요청에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주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G20 일정을 마치고 COP26 참석차 영국 글래스고로 향하던 31일 SNS에 교황의 방북 의사를 재차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다시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교황청도 교황 방북을 위해 북한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 취재진과 만나 "교황청에서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 접촉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교황청도 여러 길을 통해 교황이 방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또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한 적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자신이 직접 접한 적은 없다면서도 "기회가 되면 만났으면 좋겠다는 얘기는 이뤄졌다"고 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앞서 지난 2018년 문 대통령으로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교황 초청 의사를 전달받았다.
김 위원장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교황 방북 초청 제안에 "교황이 오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답했고, 이를 전해들은 교황은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화답했지만 북한은 이후 초청장을 보내지 않았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북미, 남북 대화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컸다는 관측이라고 VOA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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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코로나19 등 北 여건으로 현실성은 떨어질 것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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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백신 접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북한에 교황이 간다는 게 명분이 좋더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백신 미접종국가인데 여기에 연로하신 교황께서 직접 가신다는 게 무리"라면서 "또 북한이 고도의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받아들일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조 박사는 이어 "문재인 정부 임기가 말기로 가는 상황에서 교황 방북이 교황청 입장에선 한반도 평화의 결정적 계기가 돼야 하는데 이게 임기에 쫓기는 문재인 정부 말기에 시도한다는 게 정치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도 했다.
교황청이 내놓은 교황과 문 대통령간 단독 면담 보도자료에서 방북 관련 언급이 빠진 데 대해 조 박사는 교황의 방북 의사 표명이 원론적 수준에서 이뤄졌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교황 방북이 국제사회에서 종교탄압국으로 인식되고 있는 북한에 자칫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교황청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형석 전 차관은 "북한 체제 특성에 비춰보면 국제사회가 봤을 때 선뜻 가기가 어려운 측면이 많을 거"라면서 "종교적 차원에서 보면 종교를 부정하고 있는 국가에 가서 북한이 확실하게 변하지도 않는데 거기에 활용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교황 방북 자체가 한반도 평화와 함께 북한의 종교 자유,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해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교황청의 고려 사항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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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입장에서도 초청장 보내기엔 안팎의 여건 부정적 관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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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교수는 "2018년 당시는 북한의 대외정책 기조에 ‘우호’가 강조됐었고 이에 따라 보통국가화를 추구하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정받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그 일환으로 교황 초청도 가능성이 높았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의 대외 정책 기조가 다시 기존 우방국과의 관계 강화에 집중하는 쪽으로 선회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임재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경제난 심화로 김정은 위원장이 외치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데다 대규모 미사가 수반되는 교황 방북이 북한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체제 안보 차원에서 김정은 정권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2018년처럼 초청장을 보내지도 그렇다고 교황의 방북 의사에 반감을 드러내지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형석 전 차관은 "교황 방북 여부가 이슈가 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존재감을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북한이 초청은 하지 않더라도 현재 상황을 나쁘게만 보진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