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독식, 자녀엔 일감 몰빵…사주 30명 세무조사

국세청, 富 편법이전 혐의 30명 포착

슈퍼카·미술품 사들여 사적 사용하기도

조사대상 자녀 재산, 4년간 39%↑

#. A사는 근무사실 없는 사주일가에 고액의 급여를 제공하면서, 회사 명의 고급 리조트를 사적으로 썼다. 특히 사주 장남은 회사 명의인 고가의 리무진 승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며 수입억원 상당의 차량 유지비용을 회사가 부담하게 했다. 사주 동생이 지배하는 회사를 광고거래 고정에 끼워 넣어 이익을 나눠가지고도 했다.

#. 모 그룹의 주력사인 B사는 사주 자녀가 설립한 유한책임회사인 C사를 기존 매입처와의 거래에 끼워 넣었다. C사는 공시의무가 없었기에, 이러한 내부거래 관계를 감췄고 실제 주요 업무는 B사가 맡았다.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던 C사는 통행세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이익을 챙겼고, 이 돈으로 상장사인 B사가 저가로 발행한 사무 전환사채를 인수한 후 주식으로 교환했다.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한 것이다.

국세청은 이처럼 변칙적 수법으로 기업의 이익을 사주 일가가 독식하거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한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국세청은 "코로나 반사이익을 가로채어 호화사치를 일삼는 등 공정한 시장질서와 기업 경쟁력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또 경제위기를 틈타 자녀에게 부를 무상이전하기 위해 변칙 자본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을 일삼으면서 소위 코로나 디바이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사대상 법인의 사주일가 재산은 2020년 현재 약 9조3000억원으로, 2016년에 비해 30.1%나 늘었다. 평균 3103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셈이다. 자녀 세대로 따로 떼어냈을 땐, 자산 증가율은 39.0%였다. 금액으론 1조8425억원 가량이다. 
이번 조사대상 가운데 사치성 재산과 관련된 금액은 2700억원 수준이다. 고가 회원권이 2181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어 고가 주택·별장(386억원), 슈퍼카·요트 등(141억원) 순이었다.  탈루 유형엔 '자녀 재산증식 기회 몰아주기(9명)'도 있었다. 공시의무 없는 유한책임회사 등을 자녀 명의로 설립해서 사업기회를 제공하거나 일감 몰아주기·떼어주기·끼워넣기 등으로 자녀에게 부를 변칙적으로 이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대상에 오른 사주의 자녀들은 어떻게 재산을 불렸을까. 연령별 재산보유 흐름을 보면 가늠해볼 수 있다. 10대의 재산보유 1순위는 주식이었는데, 4년(2016~2020년)새 508.2%나 늘었다. 20대 땐 1순위는 부동산(증가율, 202.5%)이었다. 30·40대는 재산에서 주식과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컸다.

국세청은 "10대에 부모찬스를 통해 법인 주식과 종잣 돈을 증여 받고, 20대에 일감 몰아주기·사업기회 제공으로 주식가치를 부풀린 후, 30~40대에는 고액급여·배당을 통해 수월하게 재산을 증식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사주일가가 해외 부외자금을 역외펀드로 위장해 계열사 주식을 우회거래하고 수익을 축소 신고하는 등 신종 금융상품을 이용한 변칙 자본거래 등 대기업 탈루행태를 모방한 중견기업 사주 9명도 조사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공정경제에 역행하는 반사회적 탈세에 대해서는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겠다"며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 조작,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조세범처벌버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