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밤하늘의 별도 따주고 돈 많이 벌어 대궐 같은 집에 모셔다 놓고 가사(家事)는 절대 하지 않게 하고 왕비처럼 모시고 살겠다는 남자의 말은 상투적이고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상대방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좋은 감정과 눈에 콩깍지가 씌어 결혼하고 후회하지만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그게 인연이니 하고 살아가는 게 보통 여자들의 인생이다. 그러나 남편의 입장에서는 결혼 전에 했던 말에 대해 무책임하게 무시하고 살면 가정이 불편해 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코비디보스(covidivorce/코로나바이러스+이혼)'라는 신조어가 탄생하였는데 집안에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혼이 증가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이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이혼이 줄어들었다는 통계가 최근 나왔다. 그 이유는 혼인이 2012년부터 계속 감소하였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외출 자제, 이혼 신청 지연, 법원 휴정에 따른 절차 지연 영향 등으로 이혼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혼인 기간이 4년 이하는 전년 대비 –9.4%, 5~9년은 –7.7%, 10~14년은 –3.3%, 15~19년 은 –9.8%로 혼인 지속기간이 20년 이하인 경우는 모두 이혼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20년 이상인 이혼은 전년 대비 3.2% 늘었고 30년 이상인 이혼 2.1% 늘어 황혼 이혼은 계속해서 증가하였다고 한다. 황혼 이혼의 사회적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황혼 이혼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지고 모든 것을 아내에게 요구하는 중증 환자(患者)가 많아서 그렇지 않나 생각해 본다.
황혼 이혼은 고령사회에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가 50세 넘어 이혼을 할 경우 식사, 요리, 세탁, 청소 등 모든 가사(家事)를 혼자 부담하여야 하고, 말벗이 되어 줄 사람(아내)이 항상 곁에 있지 않으며, 노쇠하여 몸이 불편할 때는 수발들 사람이 없다. 스스로 위축되어 사회적 관계를 꺼려하고 혼자 TV를 보면서 생활하다 보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쓸쓸하게 여생을 마감하는 고독사로 이어지게 된다. 또 황혼 이혼에 대한 실망감과 독거 생활의 어려움이 세상에 대한 분노로 표출될 경우에는 노인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신중년은 왕자(王子)도 환자(患者)도 아닌 현자(賢者)로 살아야 한다. 현자란 풍부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에 따라 적절하고 현명하게 처신하라는 의미다. 예로부터 “안방에 가면 어머님 편을 들고 부엌에 들어가면 마누라 편을 들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지금은 전통적인 가족이 해체되어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가정이 많지 않아 고부(姑婦)의 갈등은 줄고 있지만 은퇴한 남편과의 부부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은퇴하고 나면 소득절벽과 더불어 여유시간이 많아 그 동안 관심을 쓰지 않았던 아내의 살림살이나 사적(私的)모임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 이럴 경우 부부의 갈등을 고조시키게 된다. 또 집에 하루 종일 머물면서 아내에게 삼시세끼를 차려 달라고 하면 서로 힘들다. 냉장고를 자주 열어보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물을 지적하고 반찬 타령을 하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 그래서 “일식님, 이식이, 삼식놈”이라는 웃고픈 단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아내는 갈 곳이 많고 남편은 시간이 많아 상충되어 부부간의 갈등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은퇴한 남자는 요리도 배우고, 설거지, 청소,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 음식쓰레기 배출 등 가사를 분담하도록 하고 아내가 외출을 하더라도 혼자서 끼니를 해결하고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찾아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만약 재활용쓰레기 분리배출, 음식쓰레기 배출 등 외부인과의 접촉이 신경이 쓰여 싫다면 아내와 협의하여 다른 가사 일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부가 같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가사 외에도 자녀, 주거, 사회관계, 여가 등 여러 분야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므로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하여 황혼이혼을 막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