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 불공정 논란 확산…수험생들 거리로 나온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8일 국회서 차량 시위 시작

경력직 세무공무원 면제되는 시험과목에서 과락 무더기 발생

세무사 시험 합격자 셋 중 하나가 세무공무원

채점도 깜깜이

"이런 시험을 믿고 한 해 더 준비해도 되는 건지 의문"

올해 치러진 세무사 시험에서 불공정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청년 수험생들이 첫 시위에 나섰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이하 세시연)은 8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국회앞에서 차량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세시연은 "지난 1일 세무사 시험 결과 발표와 함께 청년들의 꿈은 무너졌다"면서 세무사 시험 부정채점 및 세무공무원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월 실시된 세무사 2차 시험 세법학1부 과목에서 무더기 과락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시험에서 세법학 1부는 평균점수 31.84점으로 총 3254명의 과락(40점 이하)자가 발생, 과락률이 82.13%에 달했다. 지난 5년간 평균 과락율 38%에 비해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일부 경력직 세무공무원들은 세법학 1부 과목이 면제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반 수험생들이 세법학 1부로 인해 대거 탈락하면서, 경력직 세무공무원들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총 합격자 706명 중 세법학 과목을 응시하지 않은 경력 20년 이상의 세무공무원은 151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21.39% 수준이다. 지난 5년간 20년 이상 경력 세무공무원 합격자는 2016년 27명(4.2%), 2017년 15명(2.3%), 2018년 8명(1%), 2019년 35명(4.8%), 2020년 17명(2.39%)으로 대략 20명 정도인 것에 비하면 7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10년 이상 경력의 세무공무원은 1차 시험이 면제되는데, 이들까지 합치면 세무공무원 출신 비중은 33.56%까지 늘어난다.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를 늘리기 위해 세법학 1부의 난이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채점 기준이 '깜깜이'라는 것이다. 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은 채점 기준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답안이 어떻게 채점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세시연은 "공정한 경쟁 속에서 합격을 기대하던 청년수험생들은 자신의 점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채점과정과 모범답안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험을 믿고 한 해 더 준비해도 되는 건지 의문이다. 저희는 채점과정과 모범답안의 공개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청년 불공정에 맞서 첫 시위를 시작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인원이 모일 수 없어 국회앞에서 차량시위를 시작하지만, 추후 집단시위도 계획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