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과 글로벌 공급망 관리정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한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 정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급망 관리 정책은 회사와 협력업체 등의 공급망 전체 환경과 인권 리스크 관리 현황을 포괄한다.효과적인 공급망 감독에 투자하지 않으면 기업과 공급업체 모두에게 생존적인 위협이 된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글로벌 기업들과의 거래를 위해서 협력업체와의 공급망 관리를 제대로 수행하여야 하며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과의 공급망 협력관계가 생존 및 성장과 직결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자체 공급망 관리 정책을 갖추고 국내기업들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독일 공급망 실사법이 2023년 1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EU시장에 수출을 많이 하고 있는 국내기업의 경우 이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절실하다.
기업과 투자자가 공급망 관리와 감독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유는 공급망 전체의 환경·인권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고, 공급 업체와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견지하여 전반적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하여 계약 위반, 제품 보이콧, 공급 업체 손실 및 자본 유출을 방지하여 비즈니스 연속성을 증진할 수 있다.
ESG 공급망 관리 정책은 UN의 노력으로부터 시작됐다. 1948년에 유엔 총회는 세계 인권 선언을 채택했다. 1966년 인권위원회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과 “경제적 · 사회적 ·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을 작성했으며, 1976년에 국제법이 됐다. 세계인권선언과 함께 이 두 가지 규약은 국제인권장전(International Bill of Human Rights) 또는 국제인권헌장(International Charter of Human Rights)을 구성한다.
2000년에 UN 글로벌 콤팩트가 출범했으며, 이 협약의 목적은 인권 관련 변화를 촉진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장려하는 것이었다. 2005년 UN 사무총장이 특별 대표를 임명하고 6년 동안 준비해 2011년에 UN은 유엔 비즈니스 및 인권지침 원칙을 승인했다. 이후 세계 각국이 관련 법률을 지속적으로 제정, 미국 캘리포니아 공급망 투명성법(2010년), 영국 현대 노예법(2015년), 프랑스 실사의무법(2017년) 및 네덜란드 아동노동 실사법(2019년) 등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EU 집행위는 기업 지배구조 및 공급망 실사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여 2024년 시행 예정이며, 지난 6월 독일 연방의회는 ‘공급망 실사법(Supply Chain Due Dilligence Act)’을 제정해 2023년에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은 독일기업과 1차 협력업체들의 인권과 환경 위험 등을 조사하고 위반이 있는 경우 규제하는 법률이다.
독일기업과 거래하는 1차 협력업체에는 국내 기업 다수가 해당된다. 독일의 법이 규제하는 인권 및 환경 리스크는 아동노동, 강제노동, 노예제도, 산업안전보건 위반, 결사의 자유 침해, 불평등한 대우, 임금체불, 환경훼손, 식품안전 위반, 식수 및 위생시설 접근성 침해, 개인건강 침해, 불법 퇴거 및 토지박탈 및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위반 행위 등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에 부여된 인권 관련 주의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정기적인 리스크 평가 실시, 예방대책 수립,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구제방안 마련 및 고충처리를 위한 부서의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은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실사 시스템을 갖추고 공급 업체와 협력하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많은 기업이 공급망 관리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글로벌 기준에 적합하게 공급망 관리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회사내 공급망 관리 조직은 물론 NGO, 노동조합과 같은 외부 이해 관계자와의 광범위한 협력도 필요하다. 회사의 대내·외 공급망을 모니터링 및 실사하고, 협력업체 등록시스템 등을 구축해 정기적인 평가 및 지원을 통해 협력업체의 인권과 환경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해당 회사가 협력업체의 윤리경영, 산업안전, 안전보건, 환경시설운영, 노동인권, 품질 환경 정책, 모니터링 및 교육 훈련 등을 지원·장려하는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한국지속경영연구원장 박종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