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시위에 러시아 연합군 투입…전국 비상사태 선포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주도 옛 소련계 국가들의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서 이미 평화유지군을 파병하겠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최근 LPG 가격을 포함한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장갑차와 탱크를 동원한 전국 비상사태 선포에도 사태가 진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카심 조마르토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러시아와 CSTO에 파병 요청을 한 것이다.

CSTO는 러시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6개 연방 국가들로 이루어진 러시아판 NATO로 현재 아르메니아가 의장국을 담당하고 있다. 니콜 파쉬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카자흐스탄 내 사회 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CSTO 소속 부대가 '한시적으로' 파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병력의 규모나 파병기간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시위대를 '국제 테러리스트 연대'라고 칭하며 "카자흐스탄이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극복할 수 있도록 (CSTO에) 도움을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올해 초 카자흐스탄 정부가 LPG를 포함한 에너지 및 주요 생필품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자 이에 반대하는 집회가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됐지만 정부의 강제적인 탄압에 점점 불길이 거세어져가고 있다. 일찍이 독재정치와 부정부패로 비판을 받아오던 카자흐스탄 정부가 시위대를 제압하는 수위를 고조시킴에 따라 시위대도 완전무장을 갖춘 상태로 이에 맞서고 있다.

이번 시위 사태로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인 엘바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30년 간의 독재 끝에 2019년 사임했지만 여전히 카자흐스탄 정계 내 세력들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민간인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CSTO가 파병된 것의 배후에는 러시아의 입김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에서 각각 2014년, 2020년에 반정부 민주시위가 있었던 데에 이어 카자흐스탄에서도 민주정부를 요구하는 시위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림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긴장한 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카디 두브노브 중앙아시아 전문가는 역내 민주주의 시위들이 러시아에게는 경고로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을 '러시아의 축소판'에 비유하며 러시아를 이웃한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반독재 시위는 러시아로서는 도전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민간 시위는 푸틴 대통령에게도 시기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 발생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국들과 향후 몇주 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냉전 이후 안보 조약들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예정인데 중앙 아시아에서 반독재에 대한 여론이 강해질 수록 푸틴 대통령에게는 난처한 상황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동유럽과 중앙 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투사시키기 위한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