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는 현대차 그룹 계열사가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여 550억원대 부실채무를 탕감받은 사실을 확인,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3일 "회계법인 전 대표 김동훈(57·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씨가 현대차 그룹의 부실채무 탕감과 관련해 수십억원을 받고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나 이달 11일 체포해 오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김씨가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 외에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로비한 단서가 확인되면 특경가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1년 7월 당시 현대차 기획본부장 김모씨로부터 기아차 부품공급업체인 아주금속공업의 산업은행 담보부 채권 175억원 등 약 300억원의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도록 정부투자기관과 금융감독당국 고위인사에게 로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4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현대차 기획본부장 김씨와 ㈜위아 재경담당 임원인 한모씨로부터 아주금속 및 위아의 2천억원 채무를 조정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7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서 "거액의 채무 조정은 국민의 조세부담을 초래하는 공적자금으로 충당된다. 피의자는 금융계 인맥을 통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 채권매각 기준 550억원의 채무탕감을 성사시키며 41억6천만원의 불법소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또 "위아의 산업은행에 대한 1천억원 상당의 담보부 채무는 이미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만들어졌음에도 ABS를 해체하면서 매각을 이끌어 내는 등 극심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1년 12월 ㈜위아 주식을 45.3%씩 총 90.6%를 인수했으며 당시 연간 당기순이익 611억원을 내던 위아의 주식 694만주를 주당 100원, 총액 기준 7억원도 안되는 돈으로 인수해 의혹이 일었다.
기아차는 기아사태 당시 은행빚이 739억8천만원에 달했던 ㈜위아를 윈앤윈21과 한국프랜지공업 등에 매각해 계열분리시켰다가 2001년 12월 재인수해 파킹(특수관계인 등에게 회사지분을 맡겨두는 것)을 통해 부실채무를 털어냈다는 소문이 있었다.
검찰은 한국프랜지공업에 팔렸던 옛 기아차 계열사인 카스코, 윈앤윈21 등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에 매각됐던 본텍이 현대차그룹에 재편입되는 과정에서 채무탕감 로비 시도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부실채무 탕감과 관련한 현대차그룹의 청탁을 받으며 금품을 전달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3일 현대차의 이정대 재경본부 부사장과 김승연 구매총괄본부장, 위아의 자금 관련 임직원들을 불러 부실채무 탕감을 위한 로비 의혹, 정몽구 회장의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윈앤윈21 등 CRC 5개사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며 위아 외에도 탈법적인 부실채무 탕감이 이뤄진 계열사가 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현대오토넷의 이일장 전 사장과 주영섭 현 사장을 금명간 소환해 2001년 말 본텍을 고가에 인수해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게 막대한 평가이익을 안겨준 이유를 파헤칠 방침이다.
채 기획관은 "현대차의 비자금 조성 과정과 기업 비리에 대한 수사는 상당히 초스피드로 진행돼 이번 주말이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용처 수사는 비리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수사가 장기화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수사와 관련해 경제단체들의 우려가 크지만 로비 수사에 관한 부분은 장기화되더라도 기업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