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재원 증세방안 제시
"디지털세 등 새로운 조세 재원으론 한계"
"기존 세목, 공제축소…사회복지세 신설해야"
시민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지난 17일 써낸 보고서(혁신복지국가를 위한 증세 방안, 홍순탁 회계사)를 통해 연 100조원의 복지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안을 제시했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0%로 매년 상승세다.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국세, 지방세 등 조세가 차지하는 비율로, 국민의 조세 부담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2019년, 24.9%)에 비해 낮다. 보고서는 "낮은 수준의 조세부담률은 우리나라 복지확충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증세 없이 새로운 조세 재원으로 복지수요 감당할 수 있나
증세는 국민적 저항이 있는 만큼, 새로운 재원이 언급된다. 우선 디지털세다. 2023년부터 업종 상관없이 다국적기업이 연간 27조원(200억 유로) 이상의 매출(연결기준)을 올리면서 10% 넘는 영업이익률을 거두면 매출발생국에 세금을 낼 수 있도록 과세권을 여러 나라에 배분(20~30%)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이 조치가 우리나라의 세입 증가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대한 과세는 증가하는 측면이 있겠지만, 해외에서 수익을 거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다른 나라에 세부담이 증가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세 부과로 예상되는 국내 세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로봇세·데이터세가 제시되고 있는데, 과세대상이 불분명하다는 점이 논란거리다. 보고서는 "어디까지가 로봇인지 과세대상을 정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자동화 설비에 대한 투자가 로봇으로 분류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세법 적용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터세에 대해 "원재료에 대한 대가처럼 데이터의 가치 또는 용량에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기존기업의 독과점을 강화하는 문제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두 세목 다 기업의 초과이익에 부과되는 세금(법인세)인 만큼, 별도의 증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석유, 석탄 등 각종 화석에너지의 탄소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도 복지재원 조달책으로 거론된다. 보고서는 "탄소세는 상당한 규모의 과세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소세를 복지재원에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소득세 공제 축소, 법인세 중간세율 인상…기존 세목 개혁해야"
앞선 언급했던 새로운 조세로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기존의 세목에서 재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다만 증세는 국민적 저항이 큰 만큼, 정공법이 아닌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는 식의 '우회 증세' 전략이 제시된다.
보고서는 "먼저 소득세에서는 공제·감면 축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근로소득공제를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근로소득공제는 총급여의 약 25%로, 미국·호주·캐나다·일본 등 국가에서 인정되는 비율의 2~3배 수준이다. 이러한 공제가 생계유지를 위한 필요경비라는 측면에서, 고소득층에까지 인정해 줄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신용카드 소득공제부터 세액공제로 전환된 의료비·교육비 공제 등에도 한도를 축소하는 방법을 꺼냈다. 소득세 공제감면 총액이 약 75조원이라는 분석이 있단 점에서, 이를 20% 축소한다면 15조원의 가량의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단 목소리다. 현재 연간 2000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은 기본경비율 60%에 400만원의 기본공제가 허용된다. 이런 과세특례로 연간 임대수입이 2000만원인 등록 주택임대사업자의 예상 실효세율은 0.7~2.0%에 그친다고 한다. 보고서는 "과도한 혜택을 주는 분리과세를 폐지하고 종합소득으로 합산과세해야 한다"며 "필요경비율과 기본공제 금액도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에 맞게 현실적인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인세는 '중간세율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고서는 "과세표준 최고구간의 세율이 인상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법인세 증세의 방안으로 중간구간의 세율을 인상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세표준 2억원에서 200억원 또는 과표 200억원에서 3000억원 구간의 세율을 25%로 올리는 것이다. 중간세율 인상이 이루어진다면 최고 과표 구간에 있는 기업들의 세부담이 더 많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예컨대 과표 300억원인 기업은 100억원만 인상된 세율이 적용받기 때문에 추가 부담세액은 3억원인데 반해, 과표 3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2800억원(3000억원-200억원) 전체에 대해 3%인 84억원의 추가부담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또 "대기업이 주로 혜택을 보고 있는 연구개발(R&D)이나 투자 관련 공제감면도 축소해야 한다"고도 했다.
보유세에서는 전체적인 실효세율 인상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보고서는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국가일수록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토지가액이 GDP의 5배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세계에서도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고 있는데, 최소한 보유세 실효세율을 현재보다 2배 정도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지+자유 연구소가 분석한 OECD 15개국의 부동산 보유세율 추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9년 현재 0.17%다. 캐나다(0.87%), 영국(0.77%), 프랑스(0.55%), 일본(0.52%)에 비해 매우 낮다.
◆…(연간 복지재정 확보 예상액, 자료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에만 쓰는 세금, '사회복지세' 도입해야"
소득이나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인 소득세, 법인세, 보유세 증세를 통해 연 50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여기에 복지에만 쓰는 세금인 '사회복지세'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에 20%를 부가하는 방식이다. 이 4개의 세목을 합산했을 때 최소 250조원의 세수가 걷힌다는 점에서, 약 50조원의 사회복지세가 조달될 수 있다고 한다.
보고서는 "새로운 사회복지세 설계도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했는데,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인상을 제안하는 게 쉬운 판단은 아니다"라면서도 "만약 이 세금을 모두 복지에만 사용할 수 있다면 부가가치세에서도 상당한 재분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