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가 회원가입 임의제 시행 유예를 통해 회원 강제가입을 당분간 지속시키려 하자 중기협이 중소기업들을 대한상의 회원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 상공회의소법 개정 추진 =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재 당연가입제인 대한상의 회원가입을 임의가입제로 전환하는 시기를 당초 내년에서 2011-2012년으로 4-5년 연기하는 방안을 담은 상공회의소법 개정안 2개를 지난달 31일 발의했다.
대한상의의 회원가입은 당초 '의무' 사항이었다가 1999년 규제개혁 차원에서 '임의' 사항으로 바뀌었으나 지방상공회의소의 재정 및 운영난을 이유로 2002년 법개정을 통해 임의가입제도 시행시기가 올해 말까지로 한차례 유예됐었다.
대한상의는 회원가입이 임의제로 바뀌면 회원 및 회비감소가 우려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매출액에 따라 일정금액을 회비로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대한상의는 회원 및 회비 감소를 어느정도 방지할 수 있다.
대한상의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전국 71개 지방상공회의소중 48개가 문을 닫아야 하고 나머지 23개 지방상의들도 심각한 운영난 내지 대폭적인 사업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의는 회원 당연가입제가 지속되더라도 회비는 기업들이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납부하는 것이라며 의무가입제가 중소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 중기협 입장 = 중기협은 중소기업의 상의 강제 가입은 개별 업체에 부담을 주고 헌법에 보장된 자유로운 단체 선택 권리를 박탈한다며 상의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중기협은 14일 이런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언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가 상의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바로 취소했다.
경제단체 간 갈등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보도를 보류해줄 것을 언론에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중기협은 상의법 개정안에 대해 일선 중소기업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17일 다시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중기협 관계자는 "매출액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상의 의무가입 여부는 상의와 시간을 갖고 조정키로 했으나 상의가 원개정안 대로 처리키로 함에 따라 다시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게됐다"고 설명했다.
◇ '밥그릇' 싸움 '빈축' = 유력 경제단체들이 회원을 놓고 공개적으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두 경제단체 모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공멸행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상의가 임의가입제로 전환하는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추가 법률개정을 통해 폐지하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훼손시키고 규제개혁 원칙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 회원 가입탈퇴가 자유로운 다른 단체와 비교할 때 대한상의에 대해서만 회원강제 가입을 지속시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기협이 상의 회원강제 가입에 반대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이 상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체 회원 확대나 확보가 불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중기협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은 대한상의 회원가입 여부보다는 중기협이 회원사들에 얼마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기협이 경제단체로서 위상이나 역할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이 단체에 가입하는 기업 회원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