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내각, 빠르면 1일 UNESCO에 추천서 제출
아베 전 총리, “한국과 역사전쟁 피하지 마라”...기시다 압박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 로이터>
교도통신,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주재한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에 추천서를 제출하는 것에 양해(了解·승인)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마츠노 히로이치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사도광산의) 높은 문화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연계해 전력을 다해 등재를 위해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1일(파리시간) 추천서 제출 마감일자를 맞추기 위해 빠르면 오늘, 늦어도 2일 오전까지 추천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에 전쟁 물자 등을 확보했던 광산으로, 태평양 전쟁 때는 구리, 철 등 전쟁물자를 캐는 데 활용됐다.
사도광업소 기록에 따르면 당시 노역에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최소 1141명이었다. 일본인 노동자들이 광산에서 폐병인 규폐증을 앓자 일할 사람이 없어 조선인을 데려왔으며, 당시 일본인 노동자들은 지상에서 일하고 조선인들은 갱내 들어가 노동했다고 적혀있다. 가혹한 노동 탓에 광산을 탈출한 조선인도 많아 1940년부터 43년 사이에만 148명, 전체 15%가 도망갔다.
현재 일본정부는 이런 사실을 제외하고 에도(江戶) 시대(1603∼1867년)에 사도광산이 세계 최대의 금 생산지였다는 사실만을 들어 유네스코에 올리려고 하고 있다. 사도광산은 1601년에 금맥이 발견된 이래로 에도 시대 초기 1년간 금이 400kg, 은이 40톤 이상 채굴된 일본 최대의 금광산이었다.
◆…사도 광산 <사진 요미우리 신문>
그동안 기시다 내각이 유네스코 추천을 한 해 보류하자며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갑자기 방향을 틀어 전격 결정을 한 데 대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추천서를 제출할 때 관련 당사국 간의 대화를 촉구하는 지침을 채택한 바 있다. 세계기록유산에만 적용됐던 이 지침은 앞으로 세계문화유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정식 추천을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반발하면 심사가 탈락해 재추천이 어려워지고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시다 총리는 우려해 왔다.
일본 외무성에서도 최근까지 신중론의 기류가 강했지만, 일본 강경 우파인 자민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기시다 총리를 강력하게 압박하며 이번 유네스코 추천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이) ‘역사전쟁’을 부추겨 온 이상 피하면 안 된다”며 유네스코 추천을 내년으로 미룰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총리 재임 시절 군함도(端島) 등 메이지 산업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할 때도 신중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국 밀어붙여 등재에 성공한 사실도 언급했다.
강경 보수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도 지난 2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 추천 문제는) 국가 명예와 관련된 사태”라며 “반드시 올해 안에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토 마사하사 자민당 외교부회장, 하나즈미 히데요 니가타현 지사도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유네스코 추천은 2023년 5월 등록 적부를 권고할 예정이다. 이후 6월~7월경 21개국으로 구성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여부를 최종 심의하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노역 현장이었던 사도광산의 문화유산 등재를 막기 위해 외교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한국의 반발을 막고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는 태스크포스(TF)팀을 정부 내 마련해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일간의 갈등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