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30% 남성... 특정 성 문제 아냐"

'N번방' 최초 신고자 박지현 선대위 디지털 성범죄 근절 특별위원장 참석

李 'N번방 방지법' 사전검열 우려에 "문제 있다면 해소해야지 다 풀면 안 돼"

"국제 수사에서 수사 협조가 가능한 만큼 수사 역량 보강해야"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 미래당사에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폭로한 '추적단 불꽃' 활동가 박지현 선대위 여성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근절 특별위원장과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을 갖고 "대개는 성폭력 범죄, 성 착취물, 디지털 성범죄라고 하면 (피해자가) 여성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데, 통계적으로 보면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 중 30%가 남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라고 하면 여성일 것이라는 그 오해 때문에 일부에서 남녀 간의 갈등 사안처럼 접근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며 "인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소중한 것이고, 인간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성 착취물 문제는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나타나는 등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권에 대한 살인이라 규정해도 될 만큼 심각한 주제"라며 "이 문제는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인간의 기본적 인권이란 측면에서 좀 접근해달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 후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현안 문제가 증오"라며 "그중 하나가 성범죄를 둘러싼 갈등을 여성의 문제로 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남녀 성간의 문제로 가게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사람들은 (디지털 성범죄가)상대에겐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게 할 만큼 엄청난 인권침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며 "이는 정말 엄청난 인권 침해이며, 반복 재생돼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폭력으로 피해 규모도 예상 못 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을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인 이른바 'N번방 방지법'에 대한 사전검열 우려에 대해선 "디지털 성범죄를 사전 예방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사전검열 여지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소해 나가야지(규제를) 다 풀어버리면 이 문제(디지털 성범죄)가 확산할 공간이 커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도둑 많은 동네에 가로등을 많이 설치하면 잠 못 자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면 위치를 옮기든가 해야지 가로등 자체를 설치하지 말자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대담에선 'N번방 사건' 최초 신고자이자 지난달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근절 특별위원장으로 합류한 박지현씨가 '추적단 불꽃'으로 활동하면서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알리게 된 연대기를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2019년 7월 'AV스눕'이라는 성착취물 사이트에서 N번방 존재를 파악하게 됐다"며 "N번방에 잠입했을 때 수천 명이 몇 십 개의 방을 만들어 놓은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피해자들이 신고해도 수사기관에서는 '텔레그램' 범죄는 잡기 힘들다는 입장을 반복했다"며 "N번방 사건을 전화로 신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직접 인근 경찰서에 방문해 증거를 제출하고 경찰청으로 신고가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이 후보에게 국제공조수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씨는 "피해자들이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면 수사가 진행되긴 하지만, 국제공조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막히곤 한다"며 "외국에서 1년째 연락이 안 와 가해자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는데 경찰이 '안 된다'고 하는데 피해자들이 탓할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가 중범죄라고 규범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말 큰일을 하신 것"이라며 "우리는 공적 의무를 하는 것이지만 박지현 위원장은 보수도 없이 한 일이니 정말 칭찬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하는 우리 식구가 됐으니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사라진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며 "폭력 피해나 도둑을 맞으면 치유가 될 수 있는데(디지털 성범죄는) 치유가 안 되고 완벽하게 재생산이 가능하다. 국제 수사에서도 성 착취물에 대해선 수사 협조가 가능한 만큼 역량 투입을 늘리고 수사 역량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통해 피해자가 단서만 주면 공공영역에서 수사의뢰와 국제공조, 피해자 구제와 영상 확산 방지와 영상 삭제를 다 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행사가 끝날 무렵 '여성이 불안하지 않은 나라,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라는 서약문에 서명을 하면서도 '여성' 글자를 가리키며 "언젠가는 이런 말(여성)을 안 쓰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라며 "여전히 성 불평등이나 여성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에 지금은 '여성'이라고 쓰지만, 앞으로 언젠가는 '사람'이라고 쓰는 시대를 우리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변형 카메라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관련 전담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리는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 참석한다. 2003년 192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지하철 참사 19주기를 추모하는 행사로, 이 후보는 생존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산업안전과 재난재해로부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