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 자진사퇴... 전방위적 압박에 '백기'

16일 광복회 홈페이지에 '자신사퇴' 입장 표명... "부끄럽고 민망, 머리숙여 사과"

金 "사람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 잘못해 불상사 생긴 것" 항변

"친일반민족언론 조선일보와 싸워와... 이들에 의해 무너지는 것 가슴 아파"

국회 카페 수익금 횡령 의혹을 받아온 김원웅 광복회장이 16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오는 18일 ‘광복회장 불신임안’ 투표를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전방위적 사퇴 압박에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지난 10일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을 위해 운영하는 국회 카페 수익금의 부당 사용과 골재사업 관련 광복회관을 민간기업에 임의로 사용하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내용의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다. 광복회 내에서도 김 회장 퇴임을 요구하며 점거농성 및 해임 임시총회를 추진 등 압박에 결국 손을 든 모양새다.

김 회장은 이날 광복회 홈페이지에 올린 '광복회장의 직을 사퇴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부끄럽고 민망하다.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회장은 자신의 책임을 ‘관리 감독 미흡’이라고 제기된 의혹엔 선을 그었다. 그는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친일 미청산은 민족공동체의 모순이다. 민족의 갈등과 분열은 친일 미청산이 그 뿌리"라며 "저는 반평생을 친일청산에 앞장서 왔다. 친일반민족언론 '조선일보'와 대척점에 서서 싸워 왔다. 그 조선일보, TV조선에 의해 제가 무너지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고 자신에 대한 의혹을 처음 제기한 조선일보를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운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토로한 뒤, "저는 떠나지만 광복회는 영원해야 한다. 민족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9년 6월 취임 후 2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앞서 지난 10일 보훈처가 국회 정무위에 보고한 감사 개요 설명 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이 설립한 협동조합인 허준약초학교에도 공사비 1486만 원을 비롯, 묘목 및 화초 구입(300만 원), 파라솔 설치대금(300만 원), 안중근 권총(모형·220만 원), 강사비·인부대금(80만 원) 등 총 2380여 만 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페 수익금으로 조성한 비자금(6100만 원)의 40%가 김 회장의 개인 용도나 관련 사업 자금으로 사용된 것이다.

한편 광복회개혁모임·광복회정상화추진본부·광복회재건비상대책모임 등 김 회장 반대 광복회 3개 단체 회원들은 지난 14일 ‘김원웅퇴치 집행본부’를 결성, 김 회장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또 광복회개혁모임 등은 김 회장의 해임 안건 상정을 위한 임시총회 소집을 지난 9일 요청했고, 광복회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광복회관에서 ‘광복회장 불신임안’ 투표를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를 앞두고 김 회장은 자산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입장문 발표를 통해 "국가보훈처의 비자금 사적사용 감사 결과 발표는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자금이 국회 카페에서 만든 비자금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고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