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기업은 자금도 인력도 충분하지 않아 독자적인 힘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 같이 일해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보통은 바이어라고 하지만, 나는 단순히 거래하는 상대를 지칭하는 바이어보다는 파트너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파트너는 바이어보다 보다 인간적이고 장기적인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바미같은 소기업들은 대기업에서 유통중개인을 고르는 과정을 거칠 수 없고, 대체로 인간적인 고리나 인터넷으로 만나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 사람 저 사람을 써보고 그 중에 나은 사람을 선택할 수도 없다. 일단 파트너가 되면 많은 기간을 같이해야 하고, 같이 발전해야 하는 것이 소기업들의 파트너십이다.
1. 시장개척 기능
핀란드 파트너와 발가락 양말을 시작할 때였다. 사실 핀란드나 독일은 이름으로는 친숙하였지만 가본 적도 없는 매우 생소한 나라이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구매 문의가 왔다. 나도 당시에는 내가 만든 물건으로 처음 수출하려던 때라 무척 반가웠다. 그런데 이들의 판매 방식이 우리나라 장돌뱅이나 다름없었다.
핀란드에도 지역마다 장이 서는데 주기적으로 서는 장, 축제에 맞추어 서는 장 등이 있었다. 그럼 나의 핀란드 파트너는 차에다 발가락 양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 동네 저 동네 장에 가서 판을 벌려 놓고 팔았다. 그렇게 조금씩 알려지고, 슈퍼마켙. 백화점 등에도 입점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근의 스웨덴에도 팔았다.
만일 이런 일을 나보고 하라면 불가능하였다. 일일이 지방 소규모 장터까지 오가는 것도 안 되겠지만,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도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영업이라는 것이 물건만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건과 더불어 파는 사람의 신뢰성도 참작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 일을 한국의 소기업이 핀란드에 세세한 영업을 할 수 없다. 핀란드의 어떤 사람이 나의 제품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저렇게 헌신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영업하지 않는다.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느낌, 열정이 통해야 한다.
2. 활동 지역의 다양성
‘비바미’는 캐나다, 중국, 미국 그리고 유럽에 상표 등록을 냈다. 그 지역에서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곳에 다 다니면서 해외 영업하기에는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 지역에 브랜드 등록을 한 것은 그 곳에 믿을 만한 파트너가 있거나, 파트너를 찾을 만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등록했다. 어쩌면 일본이나 러시아에도 ‘비바미’ 제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나올 지도 모른다. 가급적 해외에 오래 거래할 수 있는 파트너가 생기면 좋겠다. 파트너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은 넓어진다.
3. 위험부담 기능
해외 영업은 국내 영업보다 많은 위험이 있다. 법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들도 현지 문화를 모르거나 잘못 이해하여 낭패를 당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에 내 물건에 푹 빠진 파트너가 생긴다면 그야말로 날개를 달은 것처럼 일이 쉽게 풀릴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처음 들어가는 시장에 진출하는 데 위험부담이 적어진다. 예를 들면 현지 기업과의 판매 계약시 알지 못하는 위험을 당할 수 있지만, 파트너는 자기의 이름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국제적 상업 분쟁에 말려들 가능성이 훨씬 적어진다.
4. 금융부담 기능
현지 파트너는 자기 이름으로 나의 물건을 구매하여 재고를 쌓아놓고 판매를 한다. 또한 무역거래이기 때문에 국내 거래보다 거래량이 더 크다. 큰 거래량은 나로 하여금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하고, 생산의 초기 자금을 계약금으로 주거나 신용장을 개설하여 금융 부담을 덜어준다.
소규모의 기업이 만날 수 있는 해외 바이어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은 바이어, 즉 파트너를 만나기 어렵다. 가장 좋은 파트너십은 나보다 조금 더 큰 바이어이다. 너무 큰 바이어를 만나면 상대가 요구하는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설령 성사시켰다고 하더라도 클레임의 규모도 커서 한 번에 전체 사업을 망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늘 자기와 비슷한 바이어를 만나, 나의 제품에 대한 열정이 있게 하고, 같이 커가는 것을 최고하고 초보 무역 창업자들에게 말한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