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英·獨, 일제히 대러 제재...국제사회의 러시아 압박에 동참

유럽연합(EU)과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22일(현지시간) 일제히 러시아를 향한 제재 조치에 들어갔다.

이는 전날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고 이들 지역에 평화유지군 파병 명령을 내린 데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27개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러시아에 대한 신규 제재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최대 4단계 조치 중 첫 제재 조치는 48시간 이내에 발효된다.

EU는 앞으로 DPR, LPR 지역과 EU간 무역을 중단하고 EU 금융 시장에서 러시아의 자금 조달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번 제재에는 두 지역 독립 승인에 관여한 러시아 하원 의원 등 개인은 물론 러시아의 의사 결정권자에게 자금을 대는 은행과 돈바스 두 지역에 있는 다른 사업체 등이 포함된다.

이날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기자들에게 “미국, 영국, 캐나다가 참가한 이 제재 패키지가 러시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단기적으로는 제재가 실효성이 없어 보이지만 지속된다면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 BBC 방송에서 “단순히 경제 제재로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을 저지할 수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특히 기술과 금융 분야의 제재가 러시아의 발전을 둔화시킬 것이며, 이는 러시아가 붕괴된 구소련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22일 하원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스스로 고립된 지위(pariah status)를 자처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은행 5곳과 개인 3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여기에는 ‘푸틴의 지갑’으로 불리는 로시야 은행과 IS은행, 제너럴은행, 프롬스비야즈은행 및 흑해은행 등 5개 은행을 비롯해 푸틴의 최측근 부호인 겐나디 팀첸코, 이고르 로텐베르그, 보리스 로텐베르그가 포함돼 있다.

다만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개발은행(VEB)과 러시아의 신흥재벌인 올리가리히의 국외추방 조치는 잠정 보류됐다. 존슨 총리는 “푸틴 대통령의 다음 행보를 보면서 더 강력한 제재 조치는 남겨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도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를 우회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1230km의 노르트 스트림 2 천연 가스 파이프라인을 승인 절차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절차를 승인해 노르트 스트림 2가 개통되면 러시아가 우크라를 경유하는 가스양을 줄여 우크라이나를 고립시킬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우려해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에 따르면 노르트 스트림 2 사업은 러시아 국영 기업인 가즈프롬과 110억 달러(약 13조1000억원) 규모를 투입해 전개하고 작년에 완공됐다. EU가 현재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번 사업을 중단할 경우 이미 매몰된 비용과 향후 높게 책정될 유럽 에너지 가격이 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