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준, 국세환급금 80조224억원
'세법에 의한 환급'이 90% 가량 차지
납세자 착오 따른 환급액은 1년새 2조↑
'부당과세 급증' 불복환급액은 2조 넘어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지급한 국세 환급금이 한 해 8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납세자가 정당하게 돌려받는 '세법에 의한 환급'이었다. 다만, 국세청이 부당하게 부과했다가 무효 결정이 내려진 세금이 한 해에만 2조원을 넘기면서,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무리한 세금 징수가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현재 국세 환급금(사유별 합계)은 80조224억원이었다. 환급금 실적은 국세통계포털에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2019년(72조7407억원)과 비교하면 7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세 환급금이란 납세자가 낸 세금이 실제 세액보다 많을 때 발생한다. 제도의 혜택(감면)을 봤다거나 납세자의 착오에 따른 이중납부, 국세청의 과세에 불복해 이겼을 때 생긴다. 이 돈은 국세청이 세금환급을 통보하고 5년(소멸시효) 내에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에 귀속된다.
국세 환급금 90% 가량은 세법에 의한 환급이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72조원에 달한다. 2019년 국세 환급금 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당하게 환급을 받는 절차"라고 말했다. 근로소득세로 따지면 근로자가 연말정산을 거쳐 이른바 13월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이 중에서 약 56조원은 부가가치세법 59조에 따른 환급이었다.
납세자가 세금을 잘못 납부해 발생한 환급 규모도 커졌다. ‘납세자 착오납부 등에 의한 환급’은 2020년 한 해에만 5조원(5조4942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3조5372억원)과 비교하면 2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경정청구(납세자가 과세표준신고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고 신청)에 따라 발생한 환급액이 4조236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착오·이중납부(8336억원), 직권경정(4241억원) 순이었다.
국세 환급금의 충당액은 2020년 현재 1조6286억원이었다. 기타 세목(稅目)을 제외하고 법인가 429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발생한 환급금을 체납한 세금이 있어서 충당했다는 의미다. 환급발생액에서 지급액과 충당액을 차감한 금액인 미처리 환급금은 약 33억원 수준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계좌로 환급금을 지급받는 경우가 아닌 우체국에서 수령할 때 5000원, 1만원을 넘지 않은 환급은 찾아가지 않는 납세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복환급금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1조2378억원이던 환급금은 2020년 2조821억원까지 뛰었다. 불복환급금은 국세청의 세금 부과에 이의신청·심사청구(또는 심판청구)를 내는 등 불복절차를 거쳐 되돌려 받게 되는 세금이다.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부과했다가 무효 결정이 내려진 게 2조원에 달했다는 얘기다.
이는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한 무리한 세무조사의 후유증으로 해석된다. 실제 그해(2020년) 과세당국이 부과한 세금이 '부당하다'며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한 건수는 1만2795건(당해연도 접수)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세금 불만'이라고 받아들이긴 어렵다. 납세자(청구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세금부과 취소를 내리는 사례인 인용률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2019년 16.6%→2020년 32.6%).
국세청 내 사후적인 권리구제인 심사청구만 따로 떼어내서 봐도 인용률은 2019년 20.1%에서 2020년 24.1%로 뛰었다. 4건 중 1건이 부당한 세금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청구세액 규모로는 '5억원 초과~10억원 미만' 구간 인융률(37.5%)이 가장 높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