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부실 관리' 노정희 "앞으로 더 잘하겠다"... 국힘 "뻔뻔하게 버틸 것 아냐"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의 표명한 김세환 사무총장 면직 의결

노 위원장, 거취 표명 요구에 '묵묵부답'

국힘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자진사퇴해야 마땅해"

"사퇴 결단만이 국민 위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7일 선관위 회의에서 '앞으로 더 선거 관리를 잘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선거위는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으로 사의를 밝힌 김세환 사무총장에 대한 면직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에게 즉각적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날 노 위원장은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 출근길에서 '선관위 상임위원들이 노 위원장의 거취 표명을 촉구했는데 사퇴할 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주재해,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 끝에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세환 사무총장의 면직 의결을 결정했다.

회의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 위원장이 선관위가 처한 현 상황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앞으로 더 선거 관리를 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위원들도 노 위원장의 거취 관련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 위원장도 재차 사퇴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를 떠났다.

이날 회의에서 후임 사무총장을 뽑는 절차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통상 사무차장이 이어받는 게 관례라는 점에서 박찬진 사무차장의 승진이 예상되지만 후임 인선 일정 등은 미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전국 시도 선관위,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 20명 중 15명은 어제 '신뢰 회복과 성공적 선거 관리를 위한 상임위원단 건의문'을 내고, 노정희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선관위는 지난 4일과 5일 진행된 20대 대선 사전투표에서 확진자, 격리자 투표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정치권으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바 있다.

◆ 국힘 "노 위원장, 자진사퇴하는 것이 조직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 도리"

한편, 이날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에게 즉각적 사퇴를 요구하며 대대적 공세를 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정희 선관위원장과 관계자들의 사퇴를 요구한다.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상임위원 대부분이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며 "노 위원장은 더 이상 뻔뻔하게 버틸 것이 아니라 자진사퇴하는 것이 조직과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노정희 선관위원장 재임 동안 선관위가 얼마나 편향된 결정을 내렸는지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국민들이 ‘문관위’라고 조롱할 만큼 심판을 봐야 할 선관위가 마치 선수처럼 뛰는 형국이었다"며 "무엇보다 지난 사전투표 과정에서 보여진 선관위 총체적 부실과 무능은 과연 선관위가 선거 관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 맞는지, 아니면 무사안일한 태도로 세금만 축내는 철밥통 조직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더구나 제가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들의 투표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선관위에 미리 경고하고 그 대책 수립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선거 관리에 임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더욱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노정희 위원장이 자리를 보전하는 한 국민 불신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 노 위원장은 국민 앞에 정중하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자진사퇴해야 마땅하다"며 "또한 실무 책임을 맡았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선거업무 담당한 실·국장도 마찬가지로 그 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무신불립(無信不立), 노정희 선관위원장의 길은 이제 사퇴뿐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어제 시도 상임위원들의 성명으로 인해 이제 '노정희 선관위'는 밖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고, 안으로는 조직원들의 신망을 상실했다"면서 "더 버틸 명분이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노 위원장이 버티면 버틸수록 모래성을 뒤엎겠다는 성난 민심의 파도는 더욱 밀려들 것이며, 그간 쌓아온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라며 "정권 내내 '여당유죄, 야당무죄'를 외치고, 20세기에나 등장할 만한 '소쿠리 선거'를 다시금 회자하게 했으며, 그러고도 본 선거마저 부실로 일관했던 노 위원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라고 비판했다.

허 수석대변인은 "백 번 양보해 '사전선거 관리부실'만 해도, 토요일이라는 핑계로 무책임하게 출근조차 하지 않고, 주말이 다 지나고서야 '긴급' 운운하며 회의를 개최한 노 위원장의 책임이 어찌 물러난 김 사무총장보다 적다고 하겠는가"라면서 "선수와 관중 모두가 심판의 경기 운영 능력과 판정을 못 믿겠다는데, 심판 홀로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경기를 하겠다고 몽니를 부리는 격"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선관위원장 이전에 법관으로서 노 위원장의 양심에 호소한다"며 "미래를 위한 희망으로 투표해 주신 국민의 허탈함, 공명선거를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소속 공무원들이 느껴야 할 자괴감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강민국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김세환 선관위 사무총장도 사전투표에서 드러난 혼란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며 "그런데도 선거 총 책임자인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버티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능한 선관위원장의 총지휘 아래, 직접·비밀 투표의 선거 기본 원칙은 무너졌다"며 "사전투표날 큰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휴일이라서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은 선거관리라는 중책을 맡은 책임자로서 기본 소양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원장은 '염치'가 있다면 당장 사퇴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며 "그것이 국민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