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우크라 사태에도 중립...러시아 비판·제재 꺼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인도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조치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모디 총리와 1시간 갸량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양국 외교장관, 국방장관 간 개별 회담과 함께 외교·국방 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2+2회담도 워싱턴DC에서 개최됐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간 협력 관계는 뿌리 깊이 연결돼 있다"며 "러시아의 침공으로 빚어진 국제사회의 불안정한 위기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인도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모디 총리는 그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에서 각각 전화통화로 평화를 위해 중재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 부차 학살 사태에 대해 "최근 부차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됐다는 소식은 매우 우려된다"며 “우리는 즉각 이를 규탄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고 강조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건설적이고 직접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인도로부터 에너지 수입에 대한 약속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미국이 인도의 석유 수입 다변화를 도울 것이고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것은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를 추구하는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도 중립을 취해 왔다. 앞서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가스 수입을 끊어야 한다는 서방의 압박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러시아산 방공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로이터 집계에 의하면 인도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만 약 1300만 배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입량이 약 1600만 배럴인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또한 인도는 지난달 초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기권한 데 이어 지난 8일 부차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해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안에도 기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에서 오직 인도만이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미 당국은 미국-인도 간 정상회담이 "솔직하고 생산적이며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밝히며 "인도는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입장에서 인도는 아시아 태평양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협력국이자 주요 무역 파트너로서, 이날 회담에서 양측의 균열 내지 마찰 시각을 경계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구체적인 요구를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로이터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