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상장사에 이런 일이... 대주주 이익 위한 '꼼수' 총동원

반복된 증자·유상감자·기업분할 수법으로 대주주 일가 이익챙겨

진로발효 대주주 일가가 각종 편법을 동원해 수천억원대의 재산을 축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법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한 꼼수로 일반 서민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증자, 감자, 기업분할 등의 수법을 총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빈번한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수차례의 감자, 그리고 인적분할이라는 방법들이 동원되었다. 정상적인 기업들은 한두 번으로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진로발효와 제이타워는 대주주 가족에게 자금이 필요하다면 편의에 따라 시기를 가리지 않고 유상감자를 이용해 회사에 쌓아둔 돈을 빼가는 행위가 이뤄졌다.
  진로발효의 경우 1985년 진로그룹 계열사 출자를 통해 자본금 30억원의 회사로 출발한다. 이어 1989년 5억원(4배수)을 증자하며 자본금을 40억원에서 45억원으로 늘린 다음 1992년 6월 현 사주의 남편인 장봉룡이 진로그룹 형제의 난에 가담한 공으로 44.5%의 지분을 넘겨받아 최대주주가 된다.

1992년 당시 만 44세였던 장봉룡은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과 동시에 20억원의 증자를 통해 지분을 44.5%에서 61.5%로 늘리며 자신과 향후 일가의 왕국을 완성하는 초석을 다졌다.

많은 시간이 경과해 실정법 위반을 입증할 방법은 없지만, 절대적 지배주주가 되기 위해 61.5%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소요된 40억원의 자금출처에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당시 서울 시영아파트 평당가격이 350만원이었으니 25평 아파드 45채를 살 수 있는 거금이기 때문이다.

당시 44세의 나이였던 점을 감한 하더라도 요즘 돈으로 2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어떻게 조달하였는지 의문이다. 진로그룹 회장이었던 장학엽으로 몰래 증여받았거나 그룹의 공식 승계자로 지목되었던 장익용(사촌형)을 축출하려는 장진호에 가담한 공로로 그룹의 자금 일부가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자본금을 65억원으로 늘린 것도 잠시, 1년 뒤인 1993년 12월 장외(코스닥 전신)등록을 앞두고 상장 시 주식 수 감소를 통한 주가 부양을 목적(추정)으로 20억원을 감자하며 자본금을 다시 45억원으로 되돌려 놓는다.

장봉룡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는 회사 상장된 이후에도 계속된다. 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45억원으로 감소시켰지만 2년 반 후인 1996년 6월과 그 3년 후인 1999년 12월에는 각각 13억원과 7억원 등 2번의 무상증자를 이용해 자본금을 다시 65억원으로 늘렸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장봉룡의 반복적인 유·무상 증자와 감자의 속내는 2005년 1월 신사동 사옥(현 제이타워)의 완공과 1:1 인적분할을 이용해 제이타워를 개인 소유로 넘겨받음으로써 드러나게 된다.

문제는 장봉룡 일가의 상장회사를 이용한 어처구니없는 축재 행태가 신사동 빌딩의 사유화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이타워 분할로 인해 32.5억원으로 감소한 자본금을 2년 후인 2007년 6월 100% 무상증자를 단행, 다시 65억원으로 돌려놨기 때문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100% 무상증자의 목적이 2011년 6월 19일 장봉룡이 사망함으로써 처 서태선과 자녀 장진혁, 진진이가 부담해야 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때문이었다는 의혹은 합리적 추정으로 바뀌게 된다.

진로발효는 장봉룡이 대주주로 있을 때부터 현행법의 허점을 이용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사전작업이 진행되어 왔고, 이에는 조력자들이 늘 가까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서태선을 위시한 사주 일가는 장봉룡 사망 이듬해인 2012년 2월 회사 자본금의 절반에 가까운 46%의 유상감자를 진행했다. 자본금을 68.2억원에서 39.8억원으로 줄이면서 417.17억원을을 회사에서 빼내 상속세를 납부하는 재원으로 활용했다.

이들이 회사를 이용한 치부는 진로발효뿐 아니라 제이타워에서도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진로발효의 사옥, 임대 수익사업용으로 건설된 강남구 신사동의 제이타워는 2005년 8월 1일 인적분할을 통해 별도의 회사로 독립했다.

분할 당시 장봉룡 61.54%, 진로발효 26.69%의 비율로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3억7500만원, 2010년 8억6000만원의 유상감자 과정을 통해 장봉룡이 지분의 99.46%를 소유하는 1인 회사로 탈바꿈했다. 2011년 장봉룡 사망과 함께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산이 서태선 등의 소유로 넘어갔다.

이를 통해 서태선 등 상속인들은 11년간 194억원 이상의 배당금과 함께 상당한 액수의 급여까지 챙기고 있다. 장진혁, 장진이 남매는 급여를 제외하고도 챙긴 배당금만 110억원이 넘는다.

온갖 꼼수의 향연을 통해 주식회사, 그것도 상장된 회사를 개인 구멍가게처럼 주물럭거리면서 사유화한 재산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재산을 축적해 왔지만 제도적인 한계로 인해 어떤 통제도 가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회사의 경영행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면질의를 하였으나 진로발효는 답변을 회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