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유동규에게 "대통령 측근 되어도 공직 가지 마라"
'대장동 이익 분배' 내용 담긴 녹취파일 공개
◆…대장동 핵심 증거, 정영학 녹음파일 법정서 재생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대통령 측근이 되어도 공직에 가면 안된다"고 말한 내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6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의 28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기일에 이어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증거로 조사했다. 정 회계사 녹취록은 2012~2014년 자신이 김 씨와 남욱 변호사 등과 한 통화, 2019~2020년 김 씨와 남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로 구성돼 있다.
검찰은 이날 정 회계사와 김씨가 2020년 7월경 만나서 나눈 대화내용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유동규 너는 부패 공무원이라고. 너는 공직 가면 안된다. 그러자 유동규가 (징역 가면) 자기가 1번이고 내가 2번, 남욱은 3번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측근이라고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분 녹음을 재생하면서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대통령 측근이 되는 순간 게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부분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음질이 좋지 않아 이같은 발언이 있었는지는 법정에서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이 밖에도 녹음파일에는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남욱한테 공통비를 내라고, 안 내면 배당 없다고 했다"며 "남욱한테 '이만큼 벌었으면 감지덕지 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또 다른 녹음파일에서는 김씨가 50억 클럽이라고 부르는 이름에 대해 언급하는 발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김 씨는 정 회계사와 '누구에게 50억', '누구에게는 20억' 등 수익 배분을 계획하며 "총 320억이지? 320억이면 나눠 가지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김 씨는 "50개 나갈 사람을 세 줄게"라며 "박영수(전 특검), 곽상도(전 국회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 그룹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리고 윤창근(성남시의회 의장) 15억, 강한구(성남시의회 의원) 3억"이라며 '50억 클럽' 명단을 거론했다.
녹음 파일 음질이 고르지 않아 검찰은 "곽상도와 권순일, 박영수 등 소위 '50억 그룹'으로 알려진 사람을 포함해 대장동 사업의 조력자에게 지급할 금원의 액수와 조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중간 점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 등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성남도개공 지분에 따른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상당한 시행이익을 화천대유가 부당하게 취득하게 해 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50억 클럽'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의 이름이 거론돼왔다. 이들은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 구성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이들을 통해 50억원(실수령액 25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박 전 특별검사와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한 인물들은 아직 혐의가 입증되지 않고 있다.
김씨 등의 29차 공판기일은 오는 9일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