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후 학자금 상환' 현황 살펴보니
작년 미상환체납 인원 4만명에 달해
체납액 500억원 육박하며 '사상 최대'
'장기 미상환' 1.8만명…56% 수도권에
◆…지난해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한 청년과 체납액이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정보게시판 모습.(사진 연합뉴스)
한 학기 수백만원에 달하는 대학 등록금은 경제적으로 녹록지 않은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 학부모와 학생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게 '취업 후에 갚는 학자금 대출' 제도다. 그런데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어렵게 취업도 했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학자금을 갚지 못해 ‘체납자’ 낙인이 찍힌 대학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체납액은 500억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상환해야 할 대상자는 작년 기준 3만9345명이었다. 금액으로 환산했을 땐 3336억원에 달한다. 상환대상 금액은 2017년 1793억원에서 2018년 2129억원, 2019년 2611억원, 2020년 3094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대학 등록금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이 늘고 있단 소리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는 대학생에게 학자금(등록금 전액과 연 300만원 한도의 생활비)을 대출해주고, 소득이 발생한 후 소득수준에 따라 원리금을 상환하는 제도다. 상환기준 소득 이상을 벌고 있다면, 그 소득이 발생한 이후엔 상환기준소득 초과분의 20%를 국세청에서 원천징수하게 된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는데 버거운 모양새다. 미상환체납액을 보면, 2021년 현재 481억에 달한다. 체납인원은 4만명(3만9345명)에 육박했다. 지난 2017년(1만2935명)과 비교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21년(1140명) 이후 역대 최대다. 소득종류별(체납액)로는 근로소득(213억원)과 종합소득(225억원)이 전체의 91%를 차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해당연도 12월말 학자금대출 상환실적이 기준"이라며 "미상환체납액은 누계치"라고 했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학사모를 쓰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원금과 이자를 못 갚는 대졸자도 적지 않다.
'취업 후 학자금' 장기 미상환자는 2020년 기준 1만7996명으로, 2019년(2만5090명)과 비교해선 줄었다. 졸업 후 3년이 지나도록 대출금을 한 번도 갚지 못했거나 갚은 돈이 원금과 이자의 5%가 안 되면 장기 미상환자로 분류된다. 국세청은 장기 미상환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까지 조사해 일정 금액을 넘으면 강제로 징수하고 있다. 2020년 현재 장기 미상환자의 약 70%(1만2530명)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이들에게 6억8600만원을 부과했다(의무상환액 부과).
대졸자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장기 미상환자가 더 늘어날 여지는 높다. 취업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 2월 4년제 대학 졸업자 766명을 대상으로 ‘졸업 전 취업에 성공’ 여부를 묻는 조사에서 59.9%가 '미취업' 상태였다.
장기 미상환자는 수도권에만 절반 넘게 있다. 지방국세청별로 살펴보면, 서울지방국세청 관내에 3732명, 중부지방국세청에 3616명, 인천지방국세청에 2735명이 있다. 전체의 56%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산지방국세청(2863명) 관내에도 적지 않은 수의 장기 미상환자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