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회복에 카드사 순이익 10%↑

롯데 81% 비씨 341% 증가
하나 25% 국민 16% 현대 4% 감소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여파 지속될 듯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8곳의 1분기 연결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8068억원으로 전년 동기(7329억원) 대비 10.1% 증가했다.

여신금융연구소에 따르면 1분기 카드 승인금액이 249조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1.2% 늘어났다. 단계적 방역패스 해제에 따라 백화점·쇼핑몰 등 오프라인 매장과 숙박업소·음식점 등 업종을 중심으로 소비 회복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카드는 올해 1분기 순이익이 91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505억원)보다 81% 늘었다. 시장점유율 7위인 롯데카드가 순이익 4위에 오르자 ‘장사 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카드는 모바일 플랫폼 ‘디지로카’를 출시해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혜택을 제공하는 등 유일한 유통계 카드사로서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로카 시리즈가 누적 150만명을 유치하는 등 전략상품 중심으로 고객 기반이 확대돼 신용판매 사업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카드론 등 금융사업을 확대하고 운영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높인 덕분에 순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씨카드는 순이익이 97억원에서 428억원으로 1년새 341% 폭증했다. 지난해 9월 편입한 밴(VAN)사 스마트로의 수익과 함께 카드 결제 건수가 증가한 영향이다.

비씨카드는 다른 카드사와 달리 매입업무수익이 7428억원으로 전체 영업실적 중 82.3%를 차지한다. 작년말(88.1%)보다 비중이 5.8%p 줄었다. 주요 고객인 우리카드가 지난해 자체 결제망 구축을 선언하면서 비씨카드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우리카드가 자체 결제망을 구축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는 위탁사업자인 만큼 다른 고객사를 확보하면 된다”며 “오히려 비씨카드가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소비자)로 변화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1759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업계 1위를 지켰다. 회사 측은 할부금융/리스, 신금융상품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비카드부문 영업수익 비중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할부금융, 리스 등 비카드부문의 비중은 31.8%로 1년 전보다 2.0%p 높아졌다.

삼성카드는 작년 1분기 1384억원보다 16.2% 많은 1608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상품체계를 재정립해 iD 카드를 신규 출시하고 개인화 마케팅을 펼쳐 고객 기반과 시장지배력을 확대한 결과”라고 전했다. 할부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해 테슬라와 단독 카드결제 계약을 체결한 점도 눈길을 끈다.

우리카드는 720억원에서 855억원으로 순이익이 18.8% 증가했다. 우리카드 측은 캐피탈금융 및 신용대출 자산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 증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KB국민카드(-16.0%), 현대카드(-4.1%), 하나카드(-24.7%)는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다.

KB국민카드는 1415억원에서 1189억원으로 순이익이 16% 줄어들며 삼성카드에 2위 자리를 내줬다. 회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카드이용액 증가, 비용 효율화, 이자이익 증가를 통해 양호한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의 1분기 순이익은 769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일회성 환입의 사유로 법인세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기저효과로 올해 1분기 법인세비용이 40억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사업모델 안착 및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 기반 마케팅으로 회원 확대에 성공해 전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하나카드(546억원)의 경우 순이익 감소폭이 24.7%로 가장 컸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카드론 취급액이 감소해 이자수익이 줄었다”며 “가맹점수수료율 하락으로 가맹점수입 수수료가 줄고 각종 마케팅비용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매출 감소에도 신용판매 매출이 증가해 카드 취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17조원을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올해 1분기 디지털 특화 ‘내맘대로 쁨’ 카드와 기존 멀티 시리즈 중심으로 22만명의 회원을 신규 모집했다.

가맹점수수료율 하락으로 연간 4700억 수익 감소 전망

카드사들이 올해 1분기는 선방했지만 가맹점수수료율 하락, 기준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향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말 적격비용 재산정 결과 가맹점수수료가 연간 47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카드사별로 272~830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위지원 한신평 연구원은 “2022년 이후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나 수익성의 복원력은 과거에 비해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드사들이 일찍이 모집비용 및 업무제휴수수료를 줄여온 만큼 추가적인 비용 절감 여력이 감소했고, 올해부터 카드론이 차주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에 포함돼 카드론 취급액 확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카드채 차환 시 이자비용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율이 지속 하락하면서 카드사들은 비용을 줄이고 카드론 등 금융수익을 확대해 수익성을 보전하려고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