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누구나 집 공약으로 부동산 문제 해결, 오 후보 상상력 빈곤"
오세훈 "상상력 빈곤 아니라, 공상 지나쳐 망상"
권수정 "부동산과 땅의 가치 아닌, 땀의 가치 존중받는 서울시 만들 것"
◆…26일 밤 11시부터 서울 상암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방송 3사가 중계하는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가 진행돼 부동산, 일자리 등 주제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오세훈, 정의당 권수정 후보가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MBC 방송화면 캡처)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정의당의 권수정 후보가 26일 3자 토론회에서 격돌했다.
이들 3명 후보들은 이날 밤 오후 11시 서울 상암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방송 3사가 중계하는 TV 토론회에 참석해 부동산과 일자리 등의 주제로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무엇보다 치열한 주제는 부동산으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신속한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 방안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또 임대주택의 고급화를 통해 취약계층과 동행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송영길 후보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누구나 집'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집값의 10%를 내고 10년 뒤에 기존 가격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표심을 공략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송 후보가 내세운 구룡마을 개발 내용 중 '용적률 500% 공약'이 아파트 조망권 문제가 심각하다며 누가 그런 집에 들어가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또 세입자에게 분양권까지 하나씩 나줘주면 임대차 시장에 교란이 생긴다며 근처의 전셋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예측된다며 인기영합적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송 후보는 "용적률 500%의 아파트를 사각형으로만 짓는 게 아니"라며 "반구 형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용적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는 상상력의 빈곤"이라고 반격했다.
그러자 오 후보는 "송 후보는 매번 상상력의 빈곤이라는 말을 내세워 상대방을 공격하는데, 송 후보야말로 상상력의 빈곤이 아니라 공상을 지나쳐 망상까지 가는 것"이라며 비꼬았다.
한편 정의당의 권수정 후보는 송 후보의 '누구나 집' 공약이 "빚을 내 집을 사라는 공약"이라며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권 후보는 오 후보와 송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이 공급 위주로 돼 있어 현재의 기후 위기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 못하며, 교통 문제, 쓰레기 처리 문제 등 부수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 없이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오세훈 후보를 향해서는 "건설자재 가격이 올랐으니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올려야 한다고 했는데, 건설회사 사장이나 경총 대표가 할만한 말"이라고 직격했다.
오 후보는 "자유시장 경제질서 하에서 건설회사가 돈을 못 번다면 집을 짓지 않을 것"이라며 "적정이윤을 보장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오 후보는 "그 외 방법으로 서민들을 보호해야지 분양가상한제로 누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영화' 문제로도 송 후보와 오 후보 간 설전이 오갔다.
송 후보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천국제공항 지분을 한 40% 매각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오 후보에게 묻자, 오 후보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공론화된 적도 없는데, 선거 국면에 민주당이 이 말 하나를 꼬투리 잡아서 마치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 할 것처럼 몰아가며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서울시에 9호선을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시장이 민영화를 한 것에 대해선 어떤 의견이 있으신지 말해달라"며 공세를 취했다.
또 일자리 창출 정책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는 동대문 패션상권 문제를 놓고 송 후보와 오 후보 간 설전이 이어졌다.
오 후보는 "송영길 후보가 동대문디지털플라자(DDP)가 동대문 패션 상권과 동떨어져 있다는 말을 하는데 사실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 DDP를 지었고, 완공 후에 빈 상가가 없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며 "역시 서울 사정에는 좀 어두운 면이 있으시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세에 나섰다.
이에 송 후보는 "DDP에 제가 상인들과 간담회도 해 보니 오 후보가 시장 되고 별로 오지 않았다고, 최근에는 한 번 오셨다고 그러더라"며 "그분들 이야기가 이 DDP가 전혀 자신들과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 오히려 상가가 비어 있다는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고 되받았다.
또 송 후보의 '유엔(UN) 아시아 본부 서울 유치' 공약에 대해서도 두 후보간 공방이 오갔다.
송 후보는 서울에 (UN아시아본부를) 유치하면 남북 평화 담보의 계기가 되고, 2만개의 국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수많은 국제회의가 열려 서울 청년들의 통역 등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여행·관광 산업이 발전해 새로운 일자리 천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 후보는 강남 코엑스를 예로 들며 "서울은 이미 마이스 공간이 80%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UN본부를 유치한다고 마이스가 발전된다는 건 너무 과장된 말"이라며 "UN본부 유치는 정부와 협업이 필요한 일로, 송 후보 보다는 제가 더 협업이 잘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토론회에서는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 간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도 다뤄졌는데, 송 후보는 "서울시장이 되면 인천시민도 배려하고 서울시민도 배려하는 중간 솔루션을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서울시와 인천시의) 합의문 어디에도 2025년이 마지노선이라는 문구는 없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관점"이라고 매립지 문제에 대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 후보는 "두 후보가 시장 재임 시절 이 문제를 방치했다"고 비판하면서 "서울 과밀화 해결을 위해 수도 이전 등 과격한 방법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진행자가 마지막으로 후보자가 꿈꾸는 서울을 한 단어로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오 후보는 '약자특별시', 권 후보는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서울시', 송 후보는 '누구나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의 도시'라고 답했다.
오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서울시의회가 압도적인 다수 의석이 민주당에 있다며 이번에 한 번 제대로 뛸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송 후보는 최근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걱정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용비어천가를 부를 시장을 뽑을 것이냐, 시민 목소리를 내는 시장을 뽑을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3번의 기회를 줬지만 실언만 하는 시장이 아니라 새롭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시장을 뽑아달라고 당부했다.
권 후보는 "부동산과 땅의 가치보다는 땀의 가치가 존중받는 서울시가 됐으면 좋겠다"며 토건 개발주의라는 측면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권 후보는 "정치가 책임지지 않고 떠넘기며 미뤄온 숱한 삶을 보듬어야 할 이번 지방선는 다른 철학과 다른 비전을 가진 새로운 사람을 찾는 새로운 정치를 찾는 선거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28년간 아시아나 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며 노동의 가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자신을 첫 여성 노동자 서울시장으로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