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 6월부터 시행
한전,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원 영업적자
'용량요금'(CP)의 산정 기준 '환경기여도' 삭제
◆…한국전력 사옥 사진:한국전력 공식 인스타그램
한국전력이 발전공기업에 지불하는 전력거래대금 지급을 미룰 수 있는 방안이 확정됐다.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는 한전이 경영난으로 대금 납부를 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다음 날부터 전력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이 시행됐다.
앞서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0일 규칙개정위원회를 열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후 같은 달 27일 전기위원회 심의, 31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한전의 채무불이행 시 조치와 관련한 규칙이 개정됐다.
전례없는 경영난에 빠진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적자 규모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주요 발전원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2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전은 발전사에서 구매한 전력에 대해 9일 단위로, 한 달에 네 차례 대금을 납부해 왔다. 종전 규칙에서는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납부 기한을 넘기면 채무불이행으로 간주하고 다음 날부터 전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한전이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시장 운영을 위한 예외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개정내용을 보면 판매사업자 채무불이행에 따른 거래 자격 정지 처분 보류조항이 신설됐다.
채무불이행 예정 사실을 차수별 결재일 이전에 통지하고 채무불이행 해소 계획을 제출하면, 30일간 거래 자격 정지 처분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전의 유동성 문제로 전력시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정안에서는 한전이 민간 발전사에 지급하는 대금인 '용량요금'(CP)의 산정기준 중 하나인 '환경기여도'가 삭제됐다.
기존 산정기준은 환경기여도(탄소배출기준) 20%, 발전기여도 80%였는데, 환경기여도를 삭제하고 발전기여도를 100%로 변경돼 한전이 민간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일 때 지급하는 용량요금이 줄어든다.
민간발전협회 분석에 따르면 환경기여도를 삭제할 경우 한전이 지급해야 할 연간 용량요금이 원전은 681억원, LNG는 1011억원, 양수·수력발전은 152억원 등 총 1900억원가량 줄어든다. 반면 석탄발전소의 용량요금 수입은 연간 1900억원 증가할 전망이다.
민간 발전업계에서는 환경기여도를 삭제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발전원의 경제성이 줄어든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전기사용자에게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는 '재생에너지직접전력거래'(직접PPA) 제도 도입에 따라 정산금과 관련한 규칙도 개정됐다.
7월부터 시행되는 직접PPA 거래에 대한 부가정산금, 용량 정산금 등에 대한 산정 기준을 마련할 필요에 의해서다. 이에 따라 직접PPA 전력거래에 적용하는 부가정산금에 대한 단가 산정과 정산 방안이 마련됐다.
또한 직접구매자에 적용하는 기준용량가격은 당해연도 전체 발전기 기준용량가격의 평균값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산금 산정 시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직접PPA 초과 발전과 부가정산금에 대한 지급 절차도 마련했다.
이 밖에 이번 규칙개정에는 ▲제주지역 수요자원시장(DR제도:전력사용을 줄여 금전으로 보상받는 제도) 분리 운영 ▲지역별 가격결정 시행시기 조정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RPS) 이행 비용 정산 절차 신설 ▲중앙급전전기저장장치 용량정산금 산정기준 ▲기준용량가격 용어정의 명확화 등이 이뤄졌다.
◆…자료:전력거래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