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판결에 앙심품고 전직판사 살해...상원 원내대표·주지사도 노려

총격범 차량에서 '살해 명단' 발견...경찰 "국내 테러 가능성도 조사"

미국 순회법원 전직 판사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범인이 미국 상원 원내대표와 주지사 등 고위 공무원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ABC 방송 등 외신들은 “더글러스 우디가 위스콘신주 주노카운티 순회법원의 전직 판사 존 로머를 자택에서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주노카운티 경찰은 전날 오전 6시 30분경 무장한 사람이 로머 전 판사 자택에 침입했고, 2발의 총성이 들렸다는 911 신고를 받고 특별전술대응팀을 급파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진입하기 전 우디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불발됐으며, 도착 후 4시간 만인 오전 10시 20분경 자택 진입 후 지하실에서 스스로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은 용의자를 발견했다.

로머 전 판사는 의자에 묶인 채 총에 맞아 숨져 있었다.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용의자는 구급조치 후 의료시설로 이송됐고 경찰이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우디는 현재 위중한 상태다.

주 법무부는 이 살인 사건이 과거의 판결에 앙심을 품고 벌어진 계획 범죄라고 말했다. 로머 전 판사는 2002년 우디의 형사 사건 선고에 관여했고, 2005년 무장 절도 등의 혐의로 징역 6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경찰은 범인의 차량에서 12명의 고위 관리 이름이 적힌 명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우디가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과 토니 이버스 위스콘신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다른 고위 관리들이 그 대상이 된 것으로 전했다.

조슈 콜 위스콘신주 검찰총장은 이 사건이 표적 범죄로 보인다며 표적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통지했다고 했다.

한편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 발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총기 규제 관련 대국민 연설에서 "국회의원들이 총기의 전면 금지에 동의할 수 없다면 총기 구입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민주당도 하원에서 총기 구매가 가능한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우리 아이 지킴이(Protecting Our Kids)'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다만 보수정당인 공화당이 자유로운 총기 소지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원의 경우 현재 민주당(민주 성향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하고 있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방해)를 무력화하기 위해선 60명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