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풀고, 규율은 강화'...김주현-이복현의 역할 분담?

친시장 성향의 김주현 "규제 완화" 강조

경제·금융 수사통 이복현 '규율 강화' 예상

7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인선에 나타난 새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는 이렇게 해석된다.

시장친화적 성향의 금융위원장이 금융산업의 규제를 푸는 역할이라면 검찰 출신의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시장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에 대한 규율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풀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친시장 성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금융위 의 당면 과제로 ▲복합위기에의 대응▲금융규제 혁신▲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지원체계 구축▲취약부문 지원▲금융신뢰 회복 등 5가지를 열거했다. 주목할 부분은 금융규제 혁신을 두 번째 중요 과제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김 내정자 본인도 간담회 말미에서 규제혁신을 두 번째 과제로 삼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금융산업도 역동적 경제의 한 축을 이뤄 독자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과감히 쇄신하겠다”며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지속 지원하고, 금융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이 촉진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법제 개편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금융사나 핀테크 업체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왔으면 한다”며 “외국 금융사는 하는데 국내 금융사는 못하는 것을 풀어주기 위해 금산분리, 전금법 등 기본 원칙도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금 산업구조의 변화나 기술변화를 보면 과거 금산분리의 기본적인 적용이 맞는 것인지 개선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해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금산분리 원칙도 완화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가상자산 문제에 대해서도 규제에 앞서 업체들의 자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재 가상자산과 관련해 13개 법이 상정되어 논의 중”이라며 “제도 이전에 가상자산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친시장 성향인 김주현 내정자와 대조적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내정자는 그의 이력이 보여주듯 금융시장의 엄격한 규율반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시험에 동시 합격한 검찰 내의 대표적인 경제·금융 수사통이다. 2006년 윤석열 대검 중수 1과장이 현대차 비자금과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수사할 때 함께 일하며 공인회계사로서의 특기를 발휘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A금융사 관계자는 이 같은 금융당국 수장 인선에 대해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엄부자모’ 또는 ‘굿캅-배드캅’ 역할을 분담할 것 같다”며 “두 사람이 조화를 이뤄 금융시장에 질서있는 자유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