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최저임금제처럼 최소한의 안전 장치
과속, 과적, 과로 줄인 성과 지표 있어
정부 바뀌자, 국토부 입장 바꿔
◆…화물터미널 주차된 차량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안전운임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일몰제에 따라 자동 폐기해야 하는지를 놓고 여야가 대립한 가운데, 당초 계속 유지할 뜻을 밝혀온 국토교통부 역시 정부가 바뀜에 따라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출근길에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은 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안전운임제는 과적, 과속, 과로를 하는 화물자동차 운전의 위험성을 낮춰주는 장치"라며 "안전운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위 소속의 조오섭 의원은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조 의원은 2018년에는 안전운임제를 전면 실시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으나, 당시 자유한국당인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협상을 통해 결국 3년 일몰제와 2개 품목(컨테이너와 시멘트)에 한정해서 우선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운전을 하다보면 고속도로나 도로상에서 화물자동차들이 과속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과적도 하고 또 졸음운전하는 것도 가끔 보게 되는데, 이유가 뭘까라고 따져봤더니 적정 임금이 보장되지 않아서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물 운송을 입찰제로 하다보니 가격이 떨어져도 하는 경우가 있고, 한 회사에 포함된 것이 아닌 그 회사 밑에 속해 있어서 영업비용으로 운송비를 떼먹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 화물운전자들이 과속, 과적, 과로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었다는 게 조 의원의 설명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제처럼 최소한 이 정도는 보장해줘야 화물운전자들이 과속, 과적, 과로를 하지 않고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겠다는 의도로 만들게 바로 안전운임제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큰 트럭이 움직일 때 위협을 느껴보지 않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라며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안전운임제 대상인 화물트럭은 보통 시멘트를 싣고 다니는 트레일러인데 사고가 나면 옆에 있는 차량이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의원은 안전운임제의 실제 운영 성과에 대해 "국토교통부에서 조사한 것도 있고, 화물연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것도 있는데, 교통사고가 감소세로 전환했다는 정식 보고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사고 발생 건수가 굉장히 낮아진 상태라며 "화물연대 측에서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졸음운전은 26%가 감소했고, 과속은 39%가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당초에는 전면 실시와 전 품목 실시를 주장했는데, 국민의힘 측에서 자유시장 경제를 해친다며 반대해 3년 일몰제와 2개 품목으로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몰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계류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법안이 국토교통위원회 소관이고 국토위에는 법안 소위가 2개가 있는데 하나는 국토(부동산) 관련 법안 소위가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교통 관련된 법안 소위가 있다"며 "교통과 관련된 소위, 교통법안소위는 그 위원장이 국민의힘이 맡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 쪽에서는 화주와 차주의 이해충돌이 굉장히 심한 법안이라고 해서 뒤로 미루자고 해 보류가 됐고, 논의가 안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시장에 자율적으로 맡기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는 자율에만 맡기면 안 된다며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발의한 일몰제 폐지 법안의 핵심 내용에 대해 묻자 조 의원은 "내용의 핵심은 '화물자동자운송사업법 부칙에 '안전운임제는 3년으로 시행한다'는 부칙 조항이 있다"며 "안전운임제라는 제도를 3년만 시행하겠다는 그 부칙을 없애면 지속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국토부의 입장도 좀 난감해졌다며 "정부가 바뀌기 전, 올해 초에 저희 사무실과 계속 이야기할 때 국토부에서는 안전운임제 일몰제가 폐지되는게 적정하다는 입장이었다. 또 평가보고서에 그 성과가 나와 있는데 그 보고서를 갖다주면서 (일몰제 폐지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정부가 바뀌다 보니 국토부의 입장도 바뀌고, 무역협회 입장을 대변하는것 같고, 눈치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어제 화물연대 노조원 15명에 대한 경찰의 체포에 대해서도 조 의원은 "정말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국토부의 대응이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은 특수형태의 고용노동자로, 화물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이분들은 지입차로 들어가서 노동자 역할을 하는데, 국토부에서는 자영업자다. 노동자가 아니다. 그래서 파업은 불법이다. 이렇게 몰고 가고 있다"며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부에서도 국토부 소관이라고 떠넘기고 노동부장관이 출국해버렸다며 먼저 대화를 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운전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정부가 이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은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박홍근 직무대행이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오늘 화물연대와 만나 의견을 들어보려 한다"며 "법안 통과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