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이언트 스텝에 고민 깊어진 한은, 7월 빅스텝 단행할까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0.75%포인트(p)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빅스텝(0.5%p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p) 이전까지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7월과 8월, 4분기 한 차례 각각 0.25%p 인상을 단행해 연말 기준금리는 2.50%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6월 FOMC에서 1994년 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0.75%p 인상을 단행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더욱이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 0.50%p 또는 0.75%p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면서 7월 자이언트 스텝 여지를 남겨놓았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5차례 인상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지만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은 역시 금리인상 폭 확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16일 오전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연말 금리를 3.4%로 예상하고 있으니 금리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건 사실”이라면서도 “빅스텝은 시장 반응을 보고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더불어 국내 물가 상승세도 한은의 금리인상 폭 확대를 재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4.7%로 대폭 높였고 한은 또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물가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3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국제유가와 국제식량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 측 압력까지 커지면서 물가상승세가 확산될 수 있다”며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미 금리차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의 위험성도 더해졌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1.75%이고 미국의 정책금리는 이번 인상으로 1.50~1.75%가 됐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p로 줄었다. 7월 한국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고 미국이 0.75%p 인상할 경우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이 경우 더 높은 수익률을 따라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으로 환율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향후 에너지 가격-환율이 상호 작용할 경우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는 악순환의 우려도 있다.

다만 한은은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급격한 자본 유출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지난 9일 통화정책신용보고서 설명회에서 박종석 부총재보는 “자본 유출입은 대외 금리차의 영향도 있지만 대외 건전성이나 펀더멘탈(경제 기초체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소비 회복세와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등 우리나라의 펀더멘탈을 고려하면 급격한 자본 유출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는 “금리역전이 될 경우 긍정적, 부정적 효과가 존재한다”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의 수준으로 볼 때 현저하게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올해는 물가, 내년에는 경기가 숙제”라며 “우리나라는 물가와 경기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2% 성장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은이 기준금리 역전을 용인한다는 건 경기를 방어한다는 뜻이다. 금리역전을 막기 위해 미국의 인상 속도에 맞춘다면 한국경제는 완벽한 침체기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원화약세, 한미금리차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를 불식시키고 물가상승과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을 통제하기 위해서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실장은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으로 인해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며 “다만 지금은 물가가 우선되긴 하겠지만 경기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에 미국만큼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