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 강력 주문
尹대통령 "부채 급증에도 5년간 조직과 인력 크게 늘어" 질타
"350개 공공기관 혁신, 전 부처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 규정
기재부, 20일 공운위 열고 공기업, 준(準)정부기관 등 '경영평가'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밝혔다. 개회를 선언하고 있는 윤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 5년간 급증했고, 작년 말 기준으로 583조 원에 이르고 있다"면서 "부채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은 크게 늘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공공기관 혁신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히 하고, 방만하게 운영되어 온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작지만 일 잘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고,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350개에 이르는 공공기관 혁신은 전 부처가 함께 추진해야 할 과제이고, 국가 전체를 보고 가야만 하는 것"이라며 거듭 공공기관 개혁을 주문했다.
◆…기획재정부의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발표 자료［출처=기획재정부 제공］
경영평가 결과 종합등급 탁월(S) 1개, 우수(A) 23개, 양호(B) 48개, 보통(C) 40개, 미흡(D) 15개, 아주 미흡(E) 3개로 조사됐다. 등급 분포는 지난해와 유사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8개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결과 '낙제점'을 받았다.
한전(한국전력공사)과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기관들은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을 자율적으로 반납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평가 결과 종합등급 'E(아주 미흡)'를 받은 기관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우체국물류지원단, 코레일 등 3개였다. 'D(미흡)'를 받은 기관은 LH,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마사회,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생태원 등 15개였다.
'C(보통)'는 40개, 'B(양호)'는 48개, 'A(우수)'는 23개였다. 한편 'S(탁월)' 등급은 전년도에는 전무했지만 이번엔 한국동서발전 1개사가 받았다.
기재부는 해임 건의 대상인 'E' 또는 2년 연속 'D'를 받은 8개 기관 기관장 중 현재 재임 중인 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해임 건의키로 했다. 또 'D' 중 6개월 이상 임기가 남은 한국산림복지진흥원·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LH 등 3곳의 기관장에는 경고 조치했다.
2년 연속 'D'를 받은 기관장도 해임 대상이지만, 마사회 등 5개 기관의 장은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거나 이미 임기가 만료돼 경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14개 기관의 기관장 중 현재 재임 중인 국가철도공단·부산항만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도로공사 등 13명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를 내렸다.
재무상황이 악화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한 한전과 9개 자회사(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한전KDN, 한전KPS)에 대해서는 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 자율 반납'이 권고됐다.
한전 자회사 가운데 한국동서발전은 경영성과평가에서는 최우수등급인 '탁월'(S)을 받았으나 고위급 성과급 반납 대상으로 포함됐다.
2021년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11개 공기업(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한석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항만공사, 주식회사 에스알, 한국공항공사, 마사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한국석유공사, 코레일)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내렸다.
공기업 28개와 준정부기관 34개 등 63개 기관의 상임감사·감사위원 평가에선 우수(A) 6개, 양호(B) 34개, 보통(C) 20개, 미흡(D) 3개로 평가됐다.
성과급 자율반납, 경영부실기업에 대한 경고조치를 놓고 일각에서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간접적 사퇴압박'이라는 조심스런 의견도 나왔다.
기재부는 실적 부진(D·E등급 18개 기관) 기관과 중대재해 발생 14개 기관에게 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또 미흡 이하(D·E)를 받은 18개 기관에 대해서는 내년도 경상경비를 삭감(0.5~1%)할 계획이다.
성과급도 등급과 유형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D와 E등급 기관은 성과급 지급률이 0%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민관합동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7~8월 중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의례적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강조한다. 전 정부에서 증가한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지출구조 혁신 방안으로 공공기관 개혁이 늘상 1순위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정부부처의 하위개념으로 모든 운영 관련 지침을 상급기관으로부터 받는 게 통상적이다. 즉 시스템과 예산집행 등은 상급기관의 관습을 모방하고 활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서는 상급기관인 정부부처의 혁신이 먼저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도 예외일 수가 없다"면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재정은 꼭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하고, 또 재원은 정부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진정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따뜻하게 두툼하게 지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점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지금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 상황으로 접어들면서 각국 정부가 총력 대응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역시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강한 해혁을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