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두창 백신 및 치료제 상당수 그대로 적용"
"코로나19 정도의 사회·경제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
"두창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 변이 속도 조금 느린 편"
"배우자 및 성 접촉이 있는 분들 고위험군으로 분류"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감염 의심자가 발생한 가운데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해외 입국자가 급증하면서 원숭이두창 국내 유입 위험성이 커진 가운데,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3일 "전파 방식이 호흡기 전파가 아니고 직접 접촉에 기반을 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정도의 상황으로는 가기가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어 국내 유입 사례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고, 유입 사례를 놓치게 될 경우 국내에서 전파가 이루어지면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와 비교했을 때 그 정도의 사회·경제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전파 방식 자체가 호흡기 전파가 아니고 직접 접촉에 기반하고 있다. 잠복기(최장 3주)가 조금 길고, 이미 대응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창 자체가 매우 잘 알려진 감염병이기 때문에 사람두창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숭이두창도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이다. 사람두창에게 적용되는 백신이라든지 치료제 같은 것들이 상당수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치료제와 백신 모두 사람두창에 대해서는 비축돼 있다. 백신의 경우 원숭이두창에도 85% 정도 효과가 있다. 항바이러스제도 두창계열에 대해서는 모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돼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원숭이두창에 딱 맞는 치료제는 아직 국내에 도입돼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두창 환자에서 쓰는 다양한 항바이러스제들이 있고, 그 항바이러스제들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정도의 수량이 확보돼 있다. 완전히 대응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짚었다.
원숭이두창 전용치료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선 "지금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원숭이두창에 맞는 치료제가 들어온다면 결과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7월, 8월 정도에 도입돼서 현장에 적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 사례와 같이 질병관리청 자진신고에 의존하고 있는 검역체계 한계 지적에 대해선 "(입국 전후) PCR검사 등을 통해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모든 방역정책은 비용·효과를 고려해 봐야 된다. 지금 유행 상황과 해외 유입 정도를 봤을 때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사하는 것은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전체적인 검역정책은 이런 의심 환자의 신고에 기반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첫 확진자는 지난 21일 오후 4시경 독일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30대 내국인으로 입국 당시 미열과 피로 등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을 보여, 공항 내 검역대 통과 이후 질병관리청에 전화로 자진 신고했다. 방역 당국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49명에 대해 근처에 앉은 8명은 중위험, 41명은 저위험군으로 분류해 관리하기로 했다.
정 교수는 "지금 접촉하신 분들은 질병관리청에서 세 단계로 나뉘고 있고 ‘고위험’ 분들은 배우자나 아니면 성 접촉이 있는 분들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고위험군이 없기 때문에 원한다면 백신접종을 미리 해드릴 수는 있지만 그것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초기엔 증상이 애매할 수도 있고, 원숭이두창이 사회적인 낙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심 환자들이 조금 숨겨질 가능성은 있다. 그래서 검역단계에서 여러 가지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체온 측정 같은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검역정책을 수행하는 게 중요하고, 의심되시는 분들이 숨지 않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HO가 이날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고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코로나19 때보다는 조금 빠른 조치"라며 "지금은 원숭이두창의 확진자가 증가 속도가 코로나19보다는 확실히 느리다. 하지만 느리다는 것이 10년이나 20년 관점으로 봐선 그래도 확산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은 매우 대응 초기라고 볼 수 있고 지금 대응을 빠르게 하면 할수록 향후 10년, 20년 정도 사이에서의 감염자가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변이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코로나19보다는 변이 발생 가능성은 낮다"며 "코로나19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라 변이가 조금 빠른 편인데 두창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변이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라고 답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다음달 1일부터 6개월간 27개 국가에 대해선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원숭이두창 빈발 상위 5개국(독일,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 대해 입국자 발열 기준을 37.5도에서 37.3도로 낮춰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