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격 6400억원, 3000억원대 매각 차익 예상
노조, “조용병 회장 연임 명분 위해 직원 이익 침해하는 결정”
사측, “IB부문 강화 자금 확보 목적...타사도 대부분 사옥 임대”
신한금융투자가 여의도 사옥 매각에 나선 가운데 노조가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측은 매각자금으로 투자은행(IB) 부문 사업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노조는 사옥 매각 후 사무실 임차에 들어가는 비용이 결국 근로자에게 전가되고 매각 차익의 과실은 신한지주에 돌아갈 것이라며 규탄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과 KKR 컨소시엄을 선정해 사옥 매각을 진행 중이다. 매각가격은 약 6400억원으로 추산되며, 신한금융투자는 세후 3000억가량의 매각이득을 얻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옥 매각은 직원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기현 사무금융노조 신한금융투자지부장은 “전체 조합원총회에서 조합원 80%가 사옥 매각에 반대했으나 사측이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라며 “노동조합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옥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엄연한 노사합의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사옥 매각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매각 후 사무실을 임차하는 데 드는 비용이 결국은 노동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윤 지부장은 “사옥을 보유하는 동안 매년 수십억씩 감가상각비용을 반영하느라 직원들이 성과급에 장기간 손실을 입어왔다”라며 “이에 비해 사옥 매각으로 얻는 일회성 수익은 성과급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각 후 사무실 임대 비용을 빌미로 구조 조정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사옥 매각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점은 대부분 임차하고 있는데 사옥에만 유독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 같다”며 “(월세와 관련해서는) 사옥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하고 10대 증권사 중 사옥을 소유한 곳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정도다.
◆…사무금융노조 신한금융투자지부 제공
한편 노조는 사옥을 매각해도 실익이 없거나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윤 지부장은 “여의도는 매년 평균 3%씩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는 지역”이라며 “사옥을 파는 순간 연간 200억원 가량의 수익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사옥에서는 일부 공간 임대로 80억원의 임대료 수익도 거뒀는데 사옥을 팔고 나면 오히려 150억~250억원의 임대료를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한금융투자 사옥 매각은 신한지주 순이익에 기여하게 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사옥 매각 차익을 반영하면 신한지주의 연간 순익이 5조원에서 5조3000억원으로 상향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록 일회성 이익이긴 하지만 소폭이나마 그룹 자본비율 상승요인인 데다 순익 확대로 인해 배당 여력이 커질 수 있단 점은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투 노조는 사옥 매각이 신한지주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위한 ‘그룹 실적 부풀리기’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윤 지부장은 “조용병 회장이 지난 2년간 KB금융과의 실적경쟁에서 졌는데 임기 3년차인 올해까지 지면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일회성 수익이 들어와야 리딩뱅크 탈환이 가능하기에 신한금융투자 사옥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한지주와 KB금융은 ‘리딩뱅크’ 타이틀을 두고 경쟁 중인데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신한지주(4조193억원)가 KB금융(4조4096억원)에 4000억원가량 적었다.
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에게는 사옥 매각 차익이 큰 금액일 수 있지만 지주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