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 '낙태권 폐지' 이례적 성명..."출산권 보호 약속"

美 국방, "군의 건강·안위보다 중요한 것 없어...관련 규정 검토 중"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연방대법원의 임신중단(낙태)권을 폐지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여성의 낙태권 등을 존중하는 ‘생식(출산) 보건 서비스’ (reproductive health services) 증진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Roe v. Wade)’의 판례를 뒤집는 대법원의 결정은 전 세계적으로, 또 우리 내부 직원들 간에도 납득할 만한 우려와 의문을 낳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무부는 바이든 행정부 차원에서 산부인과 시술을 지원하고 출산권 증진에 힘쓸 것"이라며 "국무부 소속 모든 직원들이 거주지에 상관없이 산부인과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생식 보건권(Reproductive Health Rights)은 임신 및 출산, 낙태를 포함한 산아 제한에 대해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할 법적 권리를 의미한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성명에서 "군의 건강과 안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산부인과 시술 접근에 있어 어떤 차질도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 놓았다”면서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 대응해 낙태약 구매를 용이하게 하거나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행정명령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대법원은 1973년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내렸으며 이 판결은 1992년 ‘플랜드페어런트후드 대 케이시’ 사건 때 재확인됐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에 대한 심리에 들어가면서 이번에 결국 판결이 뒤집히게 됐다.

이에 따라 각 주 정부 및 의회가 낙태권 존폐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미주리, 루이지애나 등 일부 주는 대법원 판결 직후 낙태가 불법이라고 곧바로 선언했으며, 낙태권 옹호 단체인 미 구트마허연구소는 대법원의 기존 판례가 무효화할 경우 약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이라고 집계한 바 있다.


<로이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