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부터 납세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국세심판소가 국세심판원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조사직원들의 전문성을 대폭 강화했다. 이런 변화는 이용섭 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한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사건 처리 지연 담당자에게 옐로우 카드를 발급하거나, 사건의 신속성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터넷을 구축하는 게 그 단적인 예다. 본지는 창간 특집으로 이용섭 원장을 만나 국세심판원의 달라진 모습을 조명해 보았다.
▶지난해 6월 국세심판원장으로 취임하신 이후 납세자편의를 도모하는 등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억울한 세금은 납세자에게 막대한 재산 낭비와 정신적 피해를 주게 됩니다. 따라서 심판청구사건은 그 처리가 신속해야 되고 처리과정도 공정하고 투명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사건을 지연 처리하는 담당자에 대해선 Yellow Card를 발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심판 결정문 발송시 심판청구인들의 만족도를 조사해 심판원 운영에 반영하는 등 여러 가지 제도를 개선해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심판청구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그 내용도 복잡해지는 추세지만 건당 평균 처리기간이 26일 단축되었습니다.
납세자들이 보내온 다양한 의견은 이 달 중에 책자로 발간해 심판원 직원들의 업무개선 자료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심판업무의 전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마무리되면 심판업무의 공정성, 투명성, 신속성이 한층 제고되고, 납세자는 인터넷을 통해 심판청구를 하거나 그에 대한 결정 문을 검색해 볼 수 있게 됩니다.
또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서 인터넷을 통해 심판결정사례는 물론 각종 조세관련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 납세자들의 궁금증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 됩니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국세심판소는 국세심판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이것은 조직 강화보다는 납세자에게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한 조치로 생각됩니다. 달라진 국세심판제도를 설명해 주십시오.
우선 불복청구제도가 간소화됐습니다.
종전에는 국세청의 ‘심사청구’와 ‘심판청구’를 모두 거쳐야만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으나 지난해 1월 1일부터는 ‘심사청구’와 ‘심판청구’ 중 하나만 거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국민 편의 위주로 개선됐습니다.
심판 결정과정에 있어서도, 과거에는 국세심판관회의를 거쳐 국세심판소장이 최종 결정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합의제 의사결정기구인 국세심판관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심판결정절차가 간소화됐습니다. 또 납세자가 심판관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구술심리제도를 도입하는 등 준 사법적 절차를 강화해 보다 공정한 심판결정이 되도록 했습니다.
▶국세심판조사직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들이 심판관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국세심판원 직원은 억울한 납세자와 불성실한 납세자를 가릴 수 있는 세법에 대한 전문성과 판단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심판관(국장급)만 자격요건이 있었으나, 지난해부터는 조사관(과장급)도 공인회계사·세무사 등의 자격이 있거나 국세경력이 2년 이상인 경우로 자격요건이 강화됐습니다.
과세처분에 대한 심판은 세법 지식은 물론이고 세법지식 외에도 민법, 회계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요구되기 때문에 각 분야의 민간전문가를 비 상임심판관으로 위촉해 상임심판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무분야에 경험과 학식이 풍부한 세법 및 회계학 교수 4명, 오랜 법관경력이 있는 조세분야의 변호사 4명, 다년간 세무업무에 종사한 조세전문가 2명 등 10명의 비 상임심판관들이 심판관회의에 참여하여 공정한 심판결정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납세자 권리구제에 대한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부 납세자들은 아직까지 국고주의적 경향이 짙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세심판원은 국세청과 납세자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억울한 납세자의 권리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구제하고, 불성실한 납세자에 대하여는 당초 과세처분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법처분이 아닌 부당한 과세처분으로 불이익을 받은 억울한 납세자에 대해서도 그 권리구제에 충실히 노력해 법원과는 다른 ‘준 사법기관’으로서의 고유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또 세액이 적어 법원에 가기 어려운 일반국민들의 생활관련세금은 사실상 최종심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억울함이 없도록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법의 허점(loophole)을 이용해 사회질서나 정의에 벗어나는 행위를 한 불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세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고주의적 경향이 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으나 이 것은 타당한 지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지난해 납세자의 주장이 받아들여 진 비율이 전체청구건수의 36%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과거보다 오히려 높은 비율입니다. 심판관회의에는 공무원심판관 뿐 아니라 외부의 민간인심판관이 2인 이상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사항에 대해 개최되는 심판관합동회의는 원장을 포함하더라도 공무원인 심판관(5인)보다 민간인심판관(10인) 수가 더 많아 국고주의적 결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1951년 8월 11일 전남 함평 출생
전남대 무역학과 졸업, 美 미시간대학원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제학박사
여수세무서(사무관), 재무부(서기관), 대통령 비서실, 세제실조세정책과장(부이사관),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 세제실 세제총괄심의관(이사관)
국세심판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