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연, '간이과세제도와 사업자들 행태변화' 분석
기준액 4800만원(개정 전) 근방에 사업자들 몰려
"매출 조정 등 사업자의 인위적 선택 가능성 있어"
작년부턴 8000만원으로…"지나친 확대 주의해야"
◆…조세연은 30일 내놓은 '간이과세제도와 사업자들의 행태변화' 보고서를 통해 "사업자들은 세 부담 경감 유인에 반응하고자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도의 지나친 확대 적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진은 사진은 서울 시내 음식점 거리.(사진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이 '간이과세제도'를 두고 적용대상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놨다. 세금 부담 완화와 세무 편의를 돕는 이 제도를 적용받고자, 매출을 조정하는 식으로 간이과세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간이과세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선에 사업자들이 몰려있는 점은, 합법적으로 탈세를 용인해주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조세연은 30일 내놓은 '간이과세제도와 사업자들의 행태변화' 보고서를 통해 "사업자들은 세부담 경감 유인에 반응하고자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왜곡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현재 일반과세 사업자는 매출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는데, 1년 매출이 연간 8000만원(2021년부터)을 넘지 않는 간이과세자는 업종에 따라 매출액의 1.5%~4%에 해당하는 낮은 세율로 부가가치세를 납부할 수 있다. 연 매출액이 4800만원에 미치지 못했을 땐 아예 세금납부 의무가 없다. 작년부터 간이과세자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의무가 생겼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에겐 발급 의무가 없다.
◆…그림은 일반사업자 및 간이사업자 분포. 그림 a는 공급대가 구간을 30만원으로, 그림 b는 10만원으로 나눴을 때.(자료제공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간이과세가 논란이 되는 건 일반·간이사업자 간 세금 부담의 크기가 달라지면서 탈세 창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조세연이 2021년 간이과세 관련한 세법이 개정되기 이전인 '2019년~2020년 귀속 공급대가 4000에서 5000만원' 사업자들의 행태를 분석한 결과, 간이과세 기준선인 4800만원 근방에서 사업자들이 몰려있었다(집군현상). 조세연은 사업자들이 인위적인 자기선택 행위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반면, 일반·간이사업자 간 납부세액 차이가 작을 땐 집군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특히 사업체 업력이 오래될수록, 사업체가 서울 등 대도시에 있을수록 집군 현상이 뚜렷했다는 게 조세연의 분석이다.
세 부담 크기를 결정하는 업종별 부가가치율(15~40%)도 탈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일반과세자는 매출세액에서 매입세액을 뺀 만큼만 부가가치세를 내는데 반해, 간이과세자는 매출세액과 매입세액 모두에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곱해 계산한다. 조세연은 업종별 부가가치율이 낮을수록(세 부담이 더 적어질수록), 분포의 집군현상이 더 뚜렷하게 관찰됐다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다운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간이과세제도는 영세 사업자들의 납세협력비용 경감이 주된 목적이지만, 실질적으로 세 부담 경감의 목적도 포함하며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이러한 유인에 반응하고자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왜곡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제도의 지나친 확대 적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1년부터 적용 중인 공급대가 8000만원 기준금액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업자들의 행태변화 역시 이번 분석처럼 유사하게 관찰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이러한 경제적 왜곡이 심화되지 않는지를 면밀히 관찰해서 효율적인 정책설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