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서해공무원 수사 필요' 언급에 "수사 방향 고정, 경찰국 신설 이유"

이상민 장관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안 된 것들 꽤 있다"

박재호 "신북풍 수사로 전 정권 수사 지휘하기 위함임을 스스로 자인"

권은희 "정치적인 목적으로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도 내비쳐"

경찰 "통제장치 설치엔 공감...경찰국 신설, 경찰의 권력 종속 체제 강화 의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안 된 것이 꽤 있다'라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지목한 것과 관련해 경찰에 사실상 수사의 방향을 고정한 가이드라인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재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6일 "신북풍 수사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튼튼히 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전 정권 수사를 지휘하기 위함임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며 "수사의 방향을 고정하고 수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장관이 가리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 수사가 안 된 것이 꽤 있다'면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지목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법적인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강행 의도가 확실히 드러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가 됐어야 할 것 중 수사가 안 된 것들이 사실 꽤 있다. (정치보복으로) 볼 소지도 없지 않지만 뻔한 잘못을 가만 놔두는 것은 정말 불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것(수사가 안 된 것)이 가능했던 건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잘못하면 처벌받는 게 마땅하다. 처벌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선 정치적 고려를 하더라도 국민 입장에서 드러나야 하는 팩트 자체는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문재인 정부에서 묻혔던 사건들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박 위원은 "이상민 장관은 인터뷰 마지막에서 일선 경찰 복수직급제 도입, 경찰의 공안직 전환, 승진 구조개선 등을 언급하며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을 패싱하고 '자신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 경찰이 아닌 정치경찰이 되라고 회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해경의 당시 부실수사결과 발표 관련은 유가족의 고발에 따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데, 진행 중인 수사 사안에 대해 결론을 제시하면서, 수사업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자세임을 엿볼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출신인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장관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당시 청와대가 해경을 직접 지휘해서 생긴 것이라고 단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의원은 "지난 정권에서 수사하지 못한 사건이 많다고 하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의도도 내비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어 이 장관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제청하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치안 사무가 정권마다 달라져야 한다는 것으로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이 장관은 내무부장관 지휘를 받는 치안본부가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했던 역사적 교훈으로 제‧개정된 경찰법‧정부조직법 입법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경찰 직장협의회 목소리를 광우병 선동으로 치부하면서, 내 뜻에 무조건 굴복하라고 경찰 구성원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막무가내 막말이라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심판 대상으로 이 장관의 한마디 한마디 빼놓지 않겠다"며 "이 장관이 무너트리려 하는 경찰의 중립성을 바로 세우는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경고했다.

행안부 장관의 '수사 필요성' 발언을 두고 경찰 내부는 경찰 통제가 가속화되면서 결국 수사권을 넘보는 게 아닌가 동요하는 분위기다.

일선 경찰관들은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삭발 시위를 하고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지난달 27일 행안부는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자문위)의 경찰제도개선 권고안 내용을 수용해 경찰업무조직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을 제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찰은 '경찰 통제 강화'로 이어져 정치적 중립을 해칠 수 있다고 보아 반발하고 있다.

전국 경찰관서 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은 지난 4일 오전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삭발 시위에 나섰다.

민관기 충북청주흥덕경찰서 직협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경찰은 고위직 비율이 낮고 퇴직 후 변호사로 진출이 가능한 검사와도 처지가 다르기에 인사에 매우 취약하다"며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자연스럽게 정권 눈치를 보게 되고, 개별 수사에도 정권 입김이 미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제주경찰청 직장협의회도 오늘(6일) 제주경찰청 정문 앞에서 경찰국 신설안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강경숙 협의회장 권한대행은 "통제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안은 경찰이 권력에 종속되는 체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며 "전국적인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자 1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 장관은 최근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등에 반발해 경찰 직장협의회가 '릴레이 삭발' '단식 투쟁' 등 돌입한 것에 대해 "일부 야당의 주장에 편승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차기 경찰청장 임명 제청 동의 안건을 심의하는 국가경찰위원회 임시회의 참석 전 '일선 경찰의 반발을 정치적 행위로 보는가'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일선 반발이라는 건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좀 덜 돼서 그런 말씀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직협 당사자들은 이런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자세히 전달하지 않고 오히려 내용을 왜곡해 전달하니 다분히 정치적이지 않나"라고 지적한 바 있다.